"힘들지만 너무 재미있어요."
4일 오후 대구 남구 대명동의 파랑새다문화복지센터에서 결혼이주여성들이 둥글게 모여 앉아 송편 빚기에 여념이 없었다. 떼어 낸 반죽에 소를 넣고 동글동글 굴린 후 손가락으로 꾹꾹 눌러 송편을 빚는 모습이 사뭇 진지했다. 꽃잎처럼 생긴 전통 모양의 송편 외에도 꽃 모양, 만두 모양과 형형색색의 갖가지 송편을 빚어내는 결혼이주여성들은 한국어와 모국어를 섞어가며 이야기꽃을 피웠다.
이날 송편 만들기 행사에는 결혼이주여성들과 DGB금융그룹 부인회 봉사단 회원들이 참여했다. 이날 모인 다문화가정 엄마들의 국적은 중국, 베트남, 필리핀 등으로 모두 국제결혼 후 대구에서 결혼생활을 하고 있는 주부들이다. 아직 한국음식 만들기가 서툰 그들은 명절에 송편 만들 기회는 거의 없었다. 이를 위해 DGB금융그룹 임원 부인들로 구성된 봉사단체 DGB금융그룹 부인회 회원들이 나섰다. 주부 경력 30년차에 접어드는 '프로 엄마'들은 결혼이주 초보 엄마들에게 쌀가루와 소금을 섞어 반죽을 치대는 법, 팥을 불려 소를 만드는 법 등을 차근차근 가르쳤다. 베트남, 캄보디아, 중국, 러시아 등 고향이 제각각인 이들은 송편을 매개로 그동안 말 못했던 문화 차이, 고부 갈등, 언어 문제 등 어려웠던 일들을 풀어놓았다. 한국에 온 지 10년이 넘은 필리핀 출신 르웨나 씨는 "한국에 온 지 꽤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송편을 만들어 본 것은 처음이다. 명절만 되면 고향에 있는 가족들 생각에 외롭고 속상했지만 동글동글한 송편을 빚어보니 많은 위안이 됐다"고 했다.
중국에서 대구로 시집 온 김국화(대명동 거주) 씨는 "지난여름 파랑새다문화복지센터 자립지원 프로그램인 요양보호사 자격과정을 진행하느라 자주 시부모님을 찾아뵙지 못했다. 이번 추석에는 직접 송편을 빚어 찾아뵙고, 지역 어르신들에게도 온정을 나눌 수 있어 기쁘다"고 했다.
DGB금융그룹 부인회가 다문화가정을 위한 '친정 엄마'의 역할을 자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년 전 연말, 다문화가정을 위한 특별한 돌잔치를 연 적이 있다. 어려운 형편에 돌잔치를 치르지 못하는 다문화가정 다섯 가족을 초청해 대구은행 본점 내 레스토랑에서 돌잔치를 치를 수 있도록 후원했다. 이때도 부인회 회원들은 돌잔치 준비를 하는 미용실에서 한복 옷고름을 매는 법부터 단장 중인 엄마를 위한 아이 보기 등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이날 만든 송편은 지역의 어려운 홀몸노인에게 전달돼 더욱 의미를 더했다. 이들은 이날 오후 지역거주 홀몸노인들을 직접 찾아 송편을 전달했다. DGB금융그룹 부인회 김애경 회장은 "명절일수록 더욱 외로워지는 분들이 주위에 많이 있다. 추석의 풍성함을 함께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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