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담뱃값 인상, 건강 증진 목적에 맞게 대책 세워라

정부가 내년부터 담배에 붙는 각종 세금을 올려 담뱃값을 2천 원 인상하기로 했다. 흡연율을 낮추고 국민의 건강 증진을 위한다는 이유에서다. 정부안대로라면 한 갑 가격이 2천500원에서 4천500원으로 무려 80%가 오르게 된다. 국회를 거치는 동안 얼마간 조정이 되겠지만 기존 세금'부담금 외에 개별소비세 부과 등을 통해 세금도 연간 2조 8천억 원이 더 걷힐 것으로 보인다.

2012년 현재 OECD 회원국의 평균 흡연율은 26%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 19세 이상 성인 남성의 흡연율은 43.7%로 매우 높은 수준이다. 미성년 흡연 인구도 적지 않다. 싼 담뱃값이 흡연율을 높이는 원인이 되고 있는 것이다. 담뱃값 인상과 흡연율 감소의 상관관계는 이미 여러 나라의 사례로 볼 때 충분히 입증됐다. 지난 2004년 담뱃값을 2천 원에서 500원 올렸을 때 성인 남성의 흡연율이 57.8%에서 44.1%로 떨어졌다. 그동안 담뱃값을 인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계속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국민 건강 증진 등 여러 이유에서 볼 때 담뱃값의 대폭 인상이 불가피한 측면은 있다. 하지만 '우회 증세'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만만찮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서민의 주머니를 털어 세수 부족을 메우려는 꼼수"라고 비판했다. 경실련'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도 "부자 증세 등 복지 재원 마련을 위한 노력 없이 서민층에 일방적으로 세 부담을 증가시키는 꼴"이라며 담뱃값 인상에 부정적이다.

정부는 담뱃값 인상을 계기로 담배광고 금지'금연 사업 등 흡연율 낮추기 정책을 적극 시행하고 국가 차원에서 흡연자를 관리하는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 담뱃값 인상이 진정 국민의 건강을 위한 방편이라면 늘어난 세수를 어디에 쓸 것인지도 명확히 해야 한다. 늘어난 세수를 안전 예산에 쓰겠다는 것은 흡연자 주머니를 털어 정부 재정의 구멍을 메우려는 발상이다.

현재 정부는 담배 가격에 포함된 건강증진부담금의 정확한 사용처에 대해 밝히지 않고 있고 금연클리닉 등 흡연자를 위해 사용한 돈도 연평균 120억 원에 불과하다. 정부가 담뱃값만 훌쩍 올려놓고 나 몰라라 한다는 소리가 나오지 않도록 원칙을 정하고 후속 대책을 면밀하게 추진해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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