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예술발전소가 위치한 바로 인근 태평로 지하도에서 일본군에게 붙잡혀 대만의 한 위안소로 끌려갔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87) 할머니. 화사한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전시관을 구석구석 돌아보던 이 할머니는 "내가 이 근처만 오면 아직도 그때가 생각나 심장이 두근거리지만 이제 이런 전시회를 볼 수 있게 돼 마음이 먹먹하니 좋아요. 그런데 사진을 보니 돌아가신 분들이 너무 많아 마음이 아프다"며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쳤다.
12일부터'2014 대구사진비엔날레'의 한 행사인 '전쟁 속의 여성' 전시 중 두 번째 파트인 '진실의 기억'전이 대구 중구 수창동에 위치한 대구예술발전소에서 열린다. 그리고 개막식에 앞서 12일 오전 11시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각지의 위안부 피해자들을 기록하고 알린 사진작가들과 위안부 피해 할머니의 만남이 이뤄졌다.
한창 일본 아베 정권의 우경화 정책으로 한'일뿐 아니라 아시아 각국과의 관계가 경색되고 있는 요즘, 일본인 작가인 이토 다카시와 이 할머니와의 만남은 더욱 특별하게 다가왔다. 이토 씨와 이 할머니는 이미 여러 차례 만나 친분을 쌓아온 사이다.
이토 다카시 작가가 위안부 문제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1991년 10월 고(故) 김학순 할머니를 만나면서부터다. 김학순 할머니는 1991년 8월 위안부 문제를 처음으로 공개 증언한 바 있다. 이토 씨는 "이전부터 강제징용과 피폭자 등의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었지만 김 할머니의 공개 증언을 듣는 순간 가해자인 일본인의 한 사람으로서 굉장히 충격적으로 다가왔고 반드시 만나야겠다는 생각에 주저 없이 한국으로 달려왔다"고 했다. 이후 그는 북한과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을 돌며 90여 명의 위안부 피해자들을 만나 왔다.
이토 씨는 올해 위안부 할머니들의 사연과 사진을 묶은 책을 재발간해 한국에 가져왔다. 1992년에 초판을 발행해 '일본에서는 정말 안 팔리는 책이지만' 이런 역사의 진실을 좀 더 알리고 싶은 마음에 올해 다시 펴내게 됐다는 것이다. 그는 "1990년대는 각종 잡지와 신문 등지에 위안부 할머니들의 사연을 자주 게재할 수 있었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인종주의 행태가 확장되면서 이런 작품들이 터부시 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이외에도 1996년 미국 시사 주간지인 타임(Time) 아시아판 등을 통해 위안부 피해자를 서구사회에 알린 바 있는 미국 김영희 작가, 이용수 할머니가 위안부 생활을 했던 대만 신죽 가미카제 공군기지의 모습 등을 촬영한 후앙 쥬밍 작가, 비디오 인터뷰 프로젝트를 통해 수집한 할머니들의 자료를 스틸 컷과 텍스트로 전시한 안해용 작가 등이 이 할머니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전시장 입구에 놓인 김운성'김서경 부부 조각가의 '평화의 소녀상' 옆에 앉은 이 할머니는 소녀상의 손을 꼭 쥐었다."소녀상이 주먹을 꼭 쥔 것은 억울하고 분하다는 이야기겠지요. 하지만 이렇게 늙지 않고 지켜주고 있는 소녀상이 있는데 위안부 피해자 문제가 해결 안 될 리 없어요. 언젠가는 저 주먹을 펼 날이 올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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