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새정치연합, 더 망가져라 그러면 살 것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의 당내 분란이 점입가경이다. 박영선 원내대표가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을 지낸 이상돈 중앙대 교수를 공동비상대책위원장에 영입하려 한 것을 빌미로 강경파가 박 원내대표의 퇴진을 압박하고 이에 박 원내대표는 탈당 의사를 밝히며 연락을 끊고 종적을 감췄다. 강경파의 박 원내대표 흔들기도 문제지만 이에 대한 박 원내대표의 대응 또한 단세포적이고 미성숙하기는 마찬가지다. 결국 새정치연합의 수준은 이것밖에 안 된다는 얘기다.

분란의 주범으로 강경파가 손가락질을 받고 있지만 박 원내대표도 잘한 것은 없다. 세월호 특별법 협상에서 박 원내대표는 자기 생각이 없었다. 협상 결과를 당내 강경파와 유족이 거부하자 국민에게 한마디 사과 없이 파기했다. 사인(私人)간의 협상도 이렇게는 안 한다. 새정치연합 전체의 원내대표가 아니라 세월호 유족의 원내대표였던 셈이다. 원내대표가 어떤 직책이며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망각했던 것이다. 박 원내대표가 축출되는 애처로운 신세로 전락했는데도 여론의 지지와 동정을 얻지 못하는 이유다.

박 원내대표가 탈당한다 해도 얼마나 많은 의원들이 그를 따를지는 회의적이다. 박영선 발 야권 정계개편 얘기가 나오고 있지만 실현 가능성은 낮다는 게 지배적인 관측이고 보면 그의 탈당은 찻잔 속의 태풍으로 그칠 공산이 크다. 결국 박 원내대표가 탈당을 결행한다 해도 새정치연합은 별로 달라지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 이는 투쟁의 기억에 사로잡혀 투쟁밖에 할 줄 모르는 운동권 체질의 시대착오적 정치미숙아들이 계속 당을 지배할 것임을 뜻한다.

이런 상태가 지속되는 한 "국민 정서가 항상 옳은 것은 아니다. 국민 여론을 무조건 따를 필요는 없다"(새정치연합 노영민 의원)는 자아도취와 오만 역시 계속될 것이다. 그 결과는 차기 선거에서 또다시 패배할 가능성이 크다. 세월호 참사 이후 강경파가 보여준 태도는 그래도 상관없다는 것이었다. 이런 상태에서는 아무리 약이 되는 소리도 약으로 받아들여질 수 없다. 그렇다고 새정치연합이 살길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무에서 다시 시작할 수 있도록 지금보다 더 그리고 철저히 망가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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