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미래엔 물 없이 컬러 염색…섬유, 제조업 혁신 '신의 수'

다이텍연구원 '제조업 혁신 3.0'건의…정부 적극 검토

'섬유 제조업 혁신, 물 없는 컬러산업'

이달 3일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섬유패션업계 CEO 조찬간담회'를 열고 업계의 건의사항을 들었다. 이 자리에서 섬유소재연구원은 국내외 환경규제 강화에 대응하고 염색공장의 효율성 증대를 위한 '물 없는 칼라산업 육성'을 건의했다. 윤 장관은 "매우 좋은 아이디어"라며 "폐수발생을 원천적으로 봉쇄할 수 있게 물 없는 염색이 실현된다면 염색산업이 새로운 첨단산업 및 미래유망 산업으로 발전할 수 있다. 현재 수립 중인 '제조업 혁신 3.0 전략'에 포함될 수 있도록 적극 검토해 보겠다"고 답했다.

15일 박근혜 대통령과 대구 지역 기업이 함께한 오찬간담회에서 (주)평안 오희택 대표는 "우리도 선진국처럼 물이 필요 없는 염색기 개발이 필요하다"고 건의했다.

대구가 섬유업계의 숙원 중 하나인 '물 없는 컬러염색'에 도전한다. 전세계에서 한 곳에만 생산하고 있는 '초임계 유체 염색기'를 개발해 물 없이도 염색할 수 있는 길을 열 예정이다. 특히 섬유에만 국한되지 않는 전산업에 적용할 수 있는 '컬러산업'으로 육성한다.

◆물 없이도 염색가능하다

다이텍연구원은 최근 한국화학연구원, 한국섬유소재연구원과 함께 '물 없는 컬러산업 육성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이 사업의 핵심은 '초임계 유체 염색기'를 만드는 것이다.

초임계 유체 염색기(이하 초임계 염색기'super critical fluid dyeing machine)는 기체와 액체 사이의 상태인 '초임계'를 만들어 물 없이도 염색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기계다. 이 초임계 염색기는 네덜란드 기업 다이코(Dyecoo)에서 개발했다. 이 회사가 만든 초임계 염색기는 유럽 제조업 공정혁신 분야에서 2009년과 2010년 2년 연속으로 대상을 받았을 정도로 혁신적인 제품이다. 실제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도 초임계 염색기를 도입해 2012년 친환경 생산체계로 전환했다. 태국과 대만에 초임계 유체 염색기를 설치, 'Color Dry' 브랜드를 런칭한 것이다.(사진)

초임계 염색기는 이산화탄소를 이용한다. 이산화탄소에 일정한 온도와 압력을 가하면 초임계 상태(팽창된 액체 또는 고압가스 상태)가 된다. 액체와 기체의 성질을 모두 가지고 있는 상태가 되면 점성이 낮고 확산속도가 높아 섬유를 이루는 고분자 내부에 염료 입자를 손쉽게 침투시킬 수 있다.

때문에 염료를 분산제와 계면활성제 등의 염색조제가 필요 없다.

다이텍 전성기 원장은 "염색 작업에서 물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따로 건조 공정이 필요 없다."라며 "공정 간편화로 기존 염색방법보다 에너지를 50% 이상 절감한다. 무엇보다 물이 필요 없어 폐수도 없는 친환경 공법이다"고 설명했다.

◆왜 '물 없는 염색'인가

다이텍이 물 없는 컬러산업에 도전하는 이유는 '물 부족'과 '환경규제'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UN이 정한 물 부족국가다. 하지만 섬유산업에서 염색'가공단계에는 '물'이 필수적이다. 평균 1kg의 섬유원료를 가공할 때 약 100~150ℓ의 물을 사용한다.

다이텍 관계자는 "세계적으로 매년 약 2천800만t의 섬유를 염색하고 있어 물 28억t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온다"며 "대구 염색산업단지만 해도 매일 9만t의 물을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국제 환경규제가 강화하면서 이를 대비할 필요가 있다. 동남아지역 국가는 컬러산업을 오염산업으로 분류해 자체 폐수처리시설을 설치하지 않으면 운영 허가를 받을 수 없다.

전 원장은 "이뿐 아니라 계속해서 염료값이 오르고 있어 지금의 염색가공 기술로는 업체들의 부담이 늘어날 수 밖에 없다"며 "섬유산업이 뒤처지는 것을 막고 새로운 길을 열기 위해서는 '물 없는 컬러산업'을 시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조업 혁신

다이텍연구원은 '제조업 혁신 3.0 기반 물 없는 컬러산업 육성 사업'을 정부에 건의한다. 이 사업은 2016년부터 2022년까지 4천억원(국비 2천700억원, 지방비 500억원, 민자 800억원)을 들여 ▷비수계 염색가공기술(초임계 유체 염색기술) 개발 ▷초임계 염색기 개발을 통한 물 없는 컬러기술 개발 ▷초임계용 염료 및 기능성 물질 개발을 위한 원천 기술 확보 ▷DTP(Digital Textile Printing)센터 기반 구축 및 산업생태계 조성 등을 진행한다. 세부적으로 총 7개 분과(재료/원재료, 침염, 날염, 가공, 산업, 생태계조성 기반구축, 산업확산시스템)로 나뉜다.(표 참조)

사업에 거는 기대는 크다. 연간 20억달러 이상의 경제적 부가가치 창출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전 원장은 "기업수출 10% 향상, 일자리 창출 효과 2천명, 관련 업체 500개 창출, 염가공 용수 및 폐수 처리비용 50% 이상 절감 등의 효과가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기존 '낡은 것', '오염업종' 이미지의 섬유가 새롭게 변화한다. 또 노후화된 염색산업단지의 개선 효과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물 없는 컬러산업으로 작업 환경이 개선될 수 있어서다.

전 원장은 "이 사업과 연계해 노후공단 현대화도 진행하면 될 것"이라며 "무엇보다 이 사업이 성공하면 섬유뿐 아니라 전 산업에 걸쳐 적용 가능한 '컬러산업'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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