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전 대구지방법원 제11호 법정. 제11형사부 김성엽 부장판사와 좌우 배석 판사 2명 옆에서 배심원 8명이 재판과정을 지켜보고 있었다. 이날 재판은 배심원이 참여한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됐다.
만 20세 이상 한국 국민이면 누구나 배심원으로 뽑힐 수 있다. 정치인과 법조인, 범죄자 등을 제외하고 무작위로 합리적인 절차를 거쳐 선발된다. 이날 배심원 8명 중 정식 배심원은 7명이고 1명은 예비 배심원이다.
기자는 이날 대구시선거관리위원회 직원들과 함께 '그림자 배심원'으로 재판에 참여했다. 그림자 배심원은 재판을 지켜보고 배심원과 똑같이 평의'평결을 내리지만 판결에는 반영되지 않는다.
재판은 살인사건이었다. 피고인 A(41) 씨는 지난 6월 27일 대구 서구의 한 공원에서 동네 선배인 피해자 B(48) 씨와 술을 마시다가 흉기로 피해자의 복부와 가슴 등을 찔러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가 범행을 인정해 양형에 초점이 모아졌다. 양형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심신미약상태였는지 여부였다. 법적으로 심신미약이란 사물의 옳고 그름을 가릴 능력이 없거나 행동할 능력이 없는 경우를 말한다. 인정될 경우 형량이 낮아진다.
검찰은 "피고인은 사소한 다툼으로 피해자를 흉기로 무참히 찔러 살해했다"면서 "술과 관련된 범죄를 저지른 피고인의 반복적인 범행을 막기 위해 무기징역을 구형한다"고 밝혔다.
반면 변호인은 "계획적인 범죄가 아니라 만취상태로 순간 변별력이 없어서 생긴 범행"이라고 주장했다. 피고인은 최후 진술에서 "피해자와 유족에게 죄송하다. 어떠한 처벌이라도 달게 받겠다"고 했다.
피고인의 최후 진술이 끝나자 배심원들은 평결을 어떻게 정할지 논의하기 위해 별도의 장소로 이동했다. 기자도 그림자 배심원들끼리 모여 논의했다. 기자를 포함한 그림자 배심원들은 A씨가 유죄라고 판단했다. 양형 의견의 경우 '16년 이상'과 '11~15년'이 각각 11명으로 가장 많았고 '10년 이하'가 7명이었다.
오후 6시쯤 판결 선고가 시작됐다.
"배심원 7명이 모두 유죄를 평결했습니다. 피고인이 심신미약상태였다고 받아들이기 힘듭니다. 도망가는 피해자를 살해해 범행 내용이 좋지 않고 유족과 합의하지 않아 엄한 형벌이 필요합니다."
배심원 4명은 '징역 10년' 양형의견을 냈다. 징역 12년, 13년, 15년이 각 1명씩이었다. 재판부는 배심원의 양형의견을 종합해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재판은 오후 6시 30분쯤 끝났다. 국민참여재판 중에서도 비교적 빠르게 끝난 편이다.
이종길 공보판사는 "살인죄는 사형이나 무기징역 또는 유기징역 5~30년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면서 "범행 동기, 피해자와 합의 여부, 피고인의 반성 정도 등을 종합해 형을 결정한다"고 말했다.
모현철 기자 momo@msnet.co.kr
※키워드
평의=배심원들이 유'무죄를 판단하기 위해 진행하는 협의
평결=피고인의 유'무죄에 관한 배심원들의 최종 판단
양형=유죄로 인정된 피고인의 형량을 정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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