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인터넷 중고물품거래 사기 증가…"너무 싼 가격 의심부터"

가출해 함께 생활하던 한 10대 커플. 생활비가 부족해지자 궁리 끝에 중고물품거래 사이트에 물건을 싸게 판다는 글을 올렸다. 게임기, 콘서트 티켓 등을 판다는 말에 163명이나 물품 대금을 계좌로 보내왔지만, 이 커플은 1천400만원가량의 돈만 챙긴 뒤 잠적했다. 이들은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자신들의 명의로 된 계좌를 범행에 이용해 경찰에 쉽게 덜미가 잡혔다.

일정한 직업 없이 여관과 PC방을 전전하던 A(25) 씨는 중고물품거래 사이트에서 '삽니다'라는 글을 보고 범행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글을 올린 사람이 사려고 하는 물건을 가지고 있다며 접근한 뒤 돈만 입금받고 물건은 보내지 않겠다고 생각한 것. 생활비와 도박자금이 필요했던 A씨는 이런 수법으로 올 2월부터 최근까지 1천500여만원을 가로챈 뒤 달아났다. A씨는 지인들의 계좌를 이용해 이 같은 범행을 저질렀는데, 경찰의 추적 끝에 검거됐다.

중고물품거래 사이트를 이용한 사기 행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인터넷에서 중고물품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싼 가격으로 물건을 구입하려는 소비자가 늘면서 이를 악용한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국내 최대 규모의 한 중고물품거래 사이트는 회원 수가 1천200만 명을 넘어섰고, 최근 1년 사이 250만 명이 증가하면서 이에 따른 피해 사례도 급증했다.

4일 한국소비자보호원에 따르면 중고물품 사이트 관련 피해 구제 접수는 ▷2011년 586건 ▷2012년 570건 ▷지난해 346건으로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문제는 피해가 발생해도 구제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중고물품거래 사이트에서 발생한 사기 피해라도 이는 제3자의 개입이 없는 개인 간의 거래로 본다. 따라서 사이트 운영자에게 판매자의 관리'감독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가 없어 피해는 고스란히 구매자가 질 수밖에 없다.

대구지방경찰청 관계자는 "너무 싼 가격으로 판매하는 경우 일단은 범죄를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며 "가능하면 판매자와 만나 물품을 확인한 뒤 대금을 지불하거나, 판매 대금을 금융기관에 예치하고 나서 구매자가 물품을 확인해야만 판매자에게 돈이 입금되도록 하는 '결제대금 예치' 서비스가 있는 사이트인지 확인하고 거래하면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했다.

허현정 기자 hhj224@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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