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동호동락] 스쿠버다이빙-밤물질

스쿠버 다이버 초급과정에서 중급과정으로 올라가려면 일반적으로 4개 이상의 특수잠수(specialty diving) 교육이 필요하다. 그중에서 밤물질(night diving) 교육이 대표적이다. 대낮에도 시퍼런 물속으로 들어가려면 겁이 나는데, 칠흑 같은 밤에 바닷물 속으로 들어간다는 것이 여간 겁이 나지 않는다. 실제로 생각 이상으로 겁이 나고 위험할 수 있다. 그러나 겁이 나는 이상으로 어둠 속의 물속은 낮 동안의 물속과는 사뭇 다른 공간으로 다가온다. 밤에는 빛이 없어 어둡다. 그러나 수중전등을 비추면 대낮과 크게 다를 바 없이 물질을 즐길 수 있다. 안전을 위해 주전등과 보조전등 두 개를 가지고 들어가는 게 좋다. 보조전등은 주전등이 고장 날 때를 대비하기 위해서다.

대부분의 물고기는 밤에는 사람처럼 잠을 잔다. 수초에 기대어 잠을 자고 있는 물고기를 관찰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쥐치나 독가시치 같은 어류들은 파도나 조류의 흐름에 몸을 맡기고 졸고 있다. 야행성 생물이 많은데, 전복, 소라, 문어, 낙지, 돌돔, 감성돔, 붕장어 등이 바로 그들이다. 특히 전복이 해조류를 갉아먹으며 먹이활동을 하는 모습을 쉽게 관찰할 수 있다. 바닷물 속에서 잠을 자고 있는 물고기를 관찰하는 재미는 안 해본 사람은 모른다. 시간가는 줄 모를 만큼 재미있다. 낮에는 좀처럼 가깝게 다가오지 않는 어류들도 밤에는 서로 보이지 않아 사람과 맞닥뜨리게 돼 서로 당황하는 해프닝을 연출하기도 한다. 수중전등을 비추며 물질을 하다 보면 문어를 쉽게 만나게 되는데, 이놈이 참 재미있는 광경을 연출하곤 한다. 문어는 수중전등을 비추면 갑자기 얼음처럼 몸이 굳어 가만히 있다가 서서히 여러 가지 색깔로 변한다. 어떤 때는 슬금슬금 도망가기도 하는데 낮에는 바위 틈새에 처박혀 있어 구경하기 힘들지만 밤에는 왕성하게 활동하기 때문에 그 생태를 살펴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문어는 바다생물 가운데 지능이 높아 스스로 집을 짓는 등 해저건축을 하는 생물로 유명하다. 갑오징어나 다른 오징어류도 몸 색깔을 바꾸는데 실제로 물속에서 보면 매우 신기한 자연의 경이를 감상할 수 있다. 이런 경험도 할 수 있다. 수중전등을 끄고 손발을 움직여 보면 야광충들이 빛을 발한다. 발광 세포를 지닌 플랑크톤이 빛을 발하는데 이 또한 경이로운 경험이 된다.

이처럼 밤물질은 재미도 있고 특이한 경험을 할 수 있으나 시계가 제한적이어서 위험할 수 있다. 흐린 물인 경우 상하좌우를 구별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이럴 때는 수중전등을 비추어 공기방울이 올라가는 방향을 기준점으로 삼아야 한다. 그마저도 가늠하기 어려울 때는 수경에 물을 조금 넣어 물이 고이는 것을 기준으로 삼기도 한다. 또 밤물질은 어둠으로 인해 인지능력의 감소가 문제가 되기도 한다. 감압병 발생을 억제하기 위해 상승속도의 제어가 필수적인데 적절한 상승속도를 감지하지 못할 수도 있다. 따라서 충분한 교육과 실습이 필요하다. 야간 다이빙을 보트다이빙으로 하는 경우도 있으나 초보자라면 비치다이빙으로 실습 잠수를 하면 어둠의 세계에 금세 익숙해진다.

밤물질을 할 때 나침반을 잘 사용해야 한다. 엉뚱한 방향으로 갔다가 엉뚱한 방향으로 돌아오는 난감한 상황을 연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야간산행의 즐거움처럼 야간다이빙도 주간다이빙에서 경험할 수 있는 색다른 묘미와 정취, 재미를 준다. 그만큼 조심해야 할 것도 많다. 중성부력을 잘 유지하지 못하면 큰 낭패를 볼 수 있고, 수중전등의 각도에 따라 시야 각도도 좁아질 수도 있다. 또 독이 있는 어류나 성게도 조심해야 한다. 밤물질을 마치고 물속을 나올 때 휘영청 밝은 보름달이라도 비치는 밤이면 어둠과 빛이 공존하는 아름다운 밤바다를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고경영(스쿠버숍 '보온씨테크' 대표)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