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노트] 이우환 관련 미술관 논란, 대구시가 키웠다

지난 11일 열린 '만남의 미술관-이우환과 그 친구들' 건립 설명회에서는 이우환 화백의 해명으로 그동안 있었던 논란이 상당 부분 해소되는 듯한 분위기가 조성됐다. 남은 걸림돌은 미술관 건립과 작품 구입에 드는 돈 문제다.

하지만 이날 설명회는 역설적으로 그동안 대구시 행정이 얼마나 잘못된 궤도를 유지했는지 보여주는 자리이기도 했다. 특히 미술관 건립을 둘러싼 논란의 책임이 대구시에 있다는 사실을 주지시켜 주었다. 미술관 건립이 본격적으로 추진된 이후 4년 동안 이 화백이 참석한 공식 설명회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이는 그동안 대구시가 여론을 모으고 이해를 구하는 과정을 소홀히 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술관 건립을 반대하는 사람들뿐 아니라 찬성하는 사람들 모두 대구시의 잘못을 지적하고 있다. 지금까지 드러난 대구시 행적을 살펴보면 이런 비난이 당연하게 여겨진다. 대구시가 미술관 건립 추진을 입안한 것은 2009년이었다. 당초 대구시는 올해 미술관을 완공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미술관 건립은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했다. 마치 밥상에 숟가락만 걸쳐 놓은 채 밥술은 뜨지 않는 상황이 계속됐다. 그러다 보니 대구시가 이 화백에게 끌려다닌다는 비판 여론이 들끓었다.

대구시는 여론을 의식한 듯 지난해 이 화백과 미술관 유치 약정서를 체결한 뒤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타다오에게 설계를 맡겼다. 하지만 미술관 건립 사업은 여전히 공개 행정을 펼쳐 보이지 않았다. 설계와 작가 유치의 순서도 설명과 달랐다. 작품 구입이냐 제작지원이냐에 대한 대구시의 이야기도 사실이 아니었다. 심지어 미술관 이름마저 이우환 화백의 일관된 입장과 차이가 있었다. 하나부터 열까지 제대로 전달된 내용이 없었다. 대구시를 향한 비난의 목소리가 숙지지 않은 것은 어찌 보면 당연했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취임 후 가진 첫 기자회견에서 미술관 건립을 재검토하겠다고 밝히면서 논란을 더욱 촉발시켰다. 대구시가 부지를 마련하고 설계를 맡기고 기본 설계안이 나오면서 물 건너 가는 것이라고 여기던 반대파에게는 권 시장의 발언이 낭보였다. 권 시장의 기자간담회 이후 반대론에 봇물처럼 터져 나온 것은 당연했다. 찬반양론이 격화되자 이날 설명회에서 이재화 대구시의회 문화복지위원장이 "대구시가 첫 단추를 잘못 꿰었다"고 지적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날 설명회를 계기로 공은 이 화백에게서 대구시로 넘어갔다. 대구시는 미술관 건립 여부를 결정하지 못한 채 여론의 눈치를 보고 있다. 미술관 건립은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가치 판단의 문제다. 가치 판단의 문제에는 정치적 결단이 필요하다. 시간이 흐를수록 논란은 확산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눈치 보기 행정보다 소신을 갖고 밀고 나가는 행정이 필요하다. 물론 이 과정은 기존과 달라야 한다. 투명하고 신속하게 진행되어야 한다. 그래야 정당성과 공감대를 이끌어내는 동시에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 지금 대구시에 필요한 것은 바로 결자해지의 정신이다.

이경달 기자 sar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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