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복지관 노인들 "놀 일 많아 아플 틈이 없네"

동구 율하동 선저복지센터 눈높이 프로그램 운영 주목

대구 동구 율하동 선정노인복지센터를 찾은 노인들은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즐겁게 지내고 있다. 이곳에선 음악치료와 은물, 요가, 보드게임, 도자기공예, 기체조, 가요교실 등이 마련돼 있다. 선정노인복지센터 제공
대구 동구 율하동 선정노인복지센터를 찾은 노인들은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즐겁게 지내고 있다. 이곳에선 음악치료와 은물, 요가, 보드게임, 도자기공예, 기체조, 가요교실 등이 마련돼 있다. 선정노인복지센터 제공

"오륙도 돌아가는 연락선마다 목메어 불러 봐도 대답 없는 내 형제여~."

15일 오후 대구 동구 율하동 선정노인복지센터. 흥겨운 음악 소리가 센터 가득 울려 퍼졌다. 노인 30여 명이 기(氣)체조 강사의 구령에 맞춰 신나게 몸을 흔들며 손뼉을 쳤다. 이어 손끝으로 머리를 툭툭 친 뒤 가슴에 두 손을 모으고 소녀처럼 "아~" 소리를 질렀다. 노인들 얼굴에는 한가득 웃음이 퍼졌다. 마무리 호흡과 함께 "사랑합니다"라는 인사로 1시간 동안의 기체조 프로그램이 끝났다.

유모(75) 씨는 오전 8시 30분에 센터에 와서 오후 4시 조금 넘으면 집으로 돌아간다. 5년째 센터에 다니는 유 씨는 "이곳에 오면 미술 활동을 하고, 가수가 와서 노래도 가르쳐줘서 하루가 금방 지나간다"며 "한 사람 한 사람 모두 소중하게 여기고 먹을거리도 정성스럽게 나와 아팠던 증세가 호전되는 사람도 많다"고 했다.

지난달 1일 동구 신기동에서 이곳으로 확장'이전한 선정노인복지센터(이하 센터)는 6년째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치매 노인에게 행복을 선물하고 있다.

현재 36명이 주'야간 보호 서비스(오전 8시~오후 5시)를 받는 센터의 가장 큰 장점은 인지'언어자극프로그램이다. 1년에 프로그램에만 1천만원 이상씩 꾸준히 투자했고, 현재는 다양하면서도 독자적인 프로그램을 갖추게 됐다.

센터의 인지자극프로그램은 보고 만지고 느끼며 노는 동안 수 개념을 익히는 장난감인 '은물'에서부터 블록과 목각 쌓기, 주사위 던지기 등 놀이를 통해 노인 치매 증상을 완화하는 데 효과를 거두고 있다. 이 밖에도 수건 개기와 베개 속 넣기 같은 생활놀이, 음악치료와 기체조 등도 마련돼 있다.

이곳의 언어자극프로그램 가운데는 벽에 장식한 물건을 보고 과거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회상요법과, 센터에 왔을 때부터 나가는 순간까지 각 개인의 기록을 사진과 직접 그린 그림 등으로 꾸민 북아트(자서전 만들기)가 대표적이다. 할머니들에게 익숙한 활동을 놀이처럼 즐길 수 있는 멸치, 채소 다듬기도 있다.

이곳의 노인들은 인근 어린이집 아이들과 함께 그림을 그리는 등 '행복공감' 수업도 받고 있다. 이 수업에서 한 할머니(76)는 헬리콥터를 그린 뒤 '천국으로 가는 길'이라고 썼고, 이어 '몸이 아파서 죽고 싶어도 안 죽고 헬리콥터를 타고 천국 가서 편안히 쉬고 싶다'고 적었다. 이를 본 센터 직원들은 안타까운 마음에 눈시울이 붉히기도 했다.

이금자 선정노인복지센터장은 노인복지서비스의 질을 높이고자 매달 첫째 수요일에 직접 직원역량강화 교육을 한다. 전문적인 보살핌과 환자별 사례 관리 방법을 익히고, 노인복지 업무에 대한 직업의식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이 센터장이 2008년 센터를 시작한 이유는 유년 시절 할머니에 대한 기억 때문이다. 이 센터장이 중학교를 졸업할 무렵 할머니가 백내장을 앓았고, 결국 고등학교 진학을 포기한 채 할머니를 돌봤다. 이 경험이 계기가 돼 노인복지 박사 학위까지 땄다.

이 센터장은 "주'야간 보호 서비스를 통해 보호자는 일과 시간에 걱정 없이 일을 할 수 있고, 노인은 다시 집에 돌아간다는 안정감을 얻고 가족과 떨어진다는 소외감에서 벗어날 수 있다"며 "모든 노인은 귀하다는 생각으로 부모 모시듯 대하다 보면 앉아만 있던 할머니가 다시 걷게 되는 등 보람을 느끼는 일이 많아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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