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독자 참여마당] 시2-무더위

햇살 하나에 용광로 하나,

땡볕에 덴 매미 울음이 기차화통보다 더

시끄럽다

널브러진 강아지 입을 쫘악 벌리고

촐랑대는 빠알간 그네를 묶어

내 충혈된 두 눈을 초대하는 오후가

성가시다

쉴 새 없이

단내나는 입김을 내 귓볼에 불어넣는

발정 난 선풍기는

사랑이 뭔지나 알까

뜨겁던 그해 여름

내 앞에서만 난초꽃 마법을 펼쳐보이던

다소곳 청초한 단발머리 소녀를 향해

속으로만, 속으로만, 하염없이 뻐꾸기를 날리던

뜨뜨미지근했던 내 사랑의 온도는 얼마였을까

낚지 못한 세월의 애무가 못내 끈적거린다

점잖은 체 뒷짐 진 산그늘이

슬그머니 자리를 옮겨 앉는 사이

석양이 불그레한 쇠비린내를 후욱, 끼친다

한낮의 취기에 쩐 이 저녁만이라도 제발

미늘 없는 내 낚시를 덥석 물어 주기를

여환탁(대구 동구 효목1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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