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심후섭의 "옛날 옛적에…"] 바로 네가 그 사람이다

얘야, 우리의 행동은 결국 누가 결정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니?

1620년경 영국은 몹시 어려운 시기였어.

세금을 함부로 거두어 백성을 못살게 구는 찰스 1세 국왕에 맞서 청교도(淸敎徒)가 중심이 되어 항거 운동을 전개하기 시작한 때문이었지. 거리에서는 날마다 사람들이 붙잡혀 가는 바람에 시민들은 모두 불안에 떨어야만 하였어.

이 무렵 시골의 한 농부가 하나님께 간절히 기도를 올렸어.

"하나님! 지금 우리 국민은 몹시 힘든 상황입니다. 우리를 구해줄 강력한 지도자, 선한 지도자, 위대한 지도자가 필요합니다. 어떻게 해야만 합니까?"

이 농부는 전국에서 전해오는 안타까운 소리를 들으면서 나라의 앞날을 걱정하였어.

그러던 어느 날이었어.

그날도 기도를 올리고 있는데 어디에선가 우렁찬 음성이 생생하게 들려 왔어.

"강한 인물, 선한 사람, 위대한 일꾼은 바로 너다."

이 소리에 그는 깜짝 놀라 큰 소리로 외쳤어.

"네에? 제가 강하고 훌륭한 지도자라고요? 저는 그저 농부에 불과합니다. 제가 어찌 그러한 지도자가 될 수 있습니까?"

"아니다. 가장 깊이 갈구(渴求)하는 자가 가장 강한 사람이니라."

"그렇다면 날마다 갈구한다고 해서 다 이루어지겠습니까?"

"아니다. 너에게 주어진 사명(使命)을 잊지 마라. 그리고 그 사명은 반드시 이루어질 수 있다는 믿음을 가져라. 그리고 꾸준히 나아가라."

"네."

이리하여 이 농부는 지방의회 의원 선거에 나갔어.

그리고는 잘못된 법을 고치고, 국왕의 횡포에 맞서는 데에 있는 힘을 다했어.

사람들은 이 농부의 활동에 열렬한 지지(支持)를 보내었어.

그리하여 마침내 찰스 1세는 물러나고 여러 사람이 함께 의논하여 나라를 이끌어가는 공화정부(共和政府)를 구성하게 되었어.

이로부터 영국 민주주의는 한층 더 발전하는 계기가 되었지.

이 농부가 바로 청교도 지도자가 되어 영국의 민주화를 이끌어 간 올리버 크롬웰(Oliver Cromwell, 1599~1658)이야.

크롬웰은 어느 날 의회에 걸어둘 초상화를 그리게 되었는데 화가가 오른쪽 눈 위의 점이 거슬린다면서 그리지 않았어. 그러자 크롬웰은 진실을 감출 수는 없다면서 자기에게는 흠이었지만 점을 그리게 했대.

그래, 크롬웰은 기도를 올릴 때에 정말 자신이 간절히 바라는 바를 깊이 갈구한 것 같구나. 그러고 보니 정말 옳은 기도는 말하는 것(speaking)이 아니라 잘 듣는 것(listening)임을 명심해야 하겠구나. 간절히 바라되 내가 해야 할 바를 깊이 깨닫는 것, 이게 바로 참된 기도인 것 같구나.

아동문학가 교육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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