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독일식 체스인 '크리그스필'(Kriegspiel)은 체스를 변형시킨 전쟁 게임이다. 1899년 헨리 템플이 만들었지만 1812년 프러시아 장교들을 훈련시키는 수단으로 고안된 것이 기원이다. 일반 체스와 달리 대국자가 등을 돌린 채 자신의 말만 보고 승부를 겨루는 규칙 때문에 '블라인드 체스'로도 불린다.
상대가 어떻게 말을 움직일지 머리를 써야 하는 크리그스필 게임은 진행 상황을 알려주는 중재자가 필요하다. 말을 움직일 때 심판이 '적격' '부적격'을 알려주는데 부적격 판정이 날 경우 다시 말을 움직여야 한다. 정보가 제한된 상태여서 일반 체스에 비해 교육'훈련 효과가 훨씬 높다고 한다. 상대의 행마를 미리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하는데 일반 체스에 비해 수가 훨씬 복잡해서다. 타계한 스티브 잡스가 대학생 때 즐긴 게임으로 알려져 있다.
기병 전투가 빈번했던 1차 세계대전 당시 기병 훈련도구로 '목마'가 쓰였다. 요즘 비행기 조종사 훈련에 쓰이는 '비행 시뮬레이터'의 출발인데 훈련받지 않은 병사를 말에 태우는 것은 부상 등 위험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시뮬레이션(simulation)은 실제로 실행하기 어려운 상황을 시험적으로 재연하는 모의실험을 일컫는 용어다. 쓰나미'화산폭발 등 자연재해나 각종 엔지니어링, 과학, 교육, 스포츠 등 모든 분야에서 컴퓨터 시뮬레이션은 필수다. 현실에 가까운 조건과 환경을 통해 결과를 예측하거나 실행된 일의 실패 원인을 찾는데 유용하다.
전문가들이 세월호 침몰 당시 상황을 재연해 시뮬레이션해보니 오전 9시 45분 퇴선을 명령했다면 승객 전원 구조가 가능했다는 결과가 나왔다. 오전 8시 48분, 9시 24분, 선원들이 조타실에서 탈출한 9시 45분 등 3개 시점을 기준으로 시간대별 선체 각도나 비상탈출구, 승객 위치 등을 고려해 분석한 결과 3가지 경우 모두 퇴선 명령만 내려졌다면 10분 안팎으로 탈출이 가능했다는 결론이다. 작업에 참여한 김영모 해양수산연수원 교수는 23일 열린 재판에서 "당시 수온은 14℃로 6시간 동안 버틸 수 있는 등 퇴선 조건이 양호했다"고 증언했다.
이번 시뮬레이션 결과는 세월호 참사에 대한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검은 커넥션으로 얼룩진 청해진해운과 관피아, 해경의 행태로 볼 때 사후약방문격이지만 세월호 참사가 우리 사회에 던진 소중한 교훈이라는 점에서 깊이 새겨야 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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