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우크라이나 난민 혜택 못얻어 임시 숙소마련·물자 등 지원 뿐"

유엔난민기구 대표 올드리치 안드리세크

-지금 동부지역과 크림반도지역에서 피란민들이 몰려오고 있다. 난민들을 어떻게 할 작정인가?

▶먼저 난민이라는 규정부터 잘못됐다. 난민이란 정치적 종교적 박해나 전쟁의 참화를 피해 국경을 넘은 사람들을 뜻한다. 아프간 난민들, 아프리카의 수단 난민들, 벨라루스의 북한 난민들을 난민이라고 한다. 우크라이나에는 사실 난민이 존재하지 않는다. 단지 이들을 실향민(displaced people)으로 규정한다.

-우크라이나에서 지금과 같은 전쟁의 상황이 전개될 것이라고 상상이나 했는지?

▶물론 누구도 이런 일이 벌어지리라 예상하지 않았을 것이다. 언어적 문화적 동질성을 가진 민족끼리 전쟁을 벌인다는 것과 분리독립을 주장하는 자들이 탱크나 로켓탄을 동원해서 싸우며 전투기나 헬리콥터를 떨어뜨린다는 건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보통 분리주의자들은 소총 등으로 무장하는 게 고작이다. 분리독립을 위한 총투표 후에 정치적으로 해결이 안 된다고 군사적인 힘으로 밀어붙이려고 나선다면 항상 희생자들은 일반 국민이 된다.

-이라크나 시리아, 아프가니스탄에서 넘어온 난민들과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으로 인해 터전을 잃은 실향민들의 문제를 다루는 방법에는 많은 차이가 있을 것이다.

▶우크라이나의 실향민들은 난민으로 등록되지 못해 혜택을 받을 길이 없다. 노인들의 연금 문제 등 이전에 지급되다가 완전히 중단된 것들은 중앙정부가 먼저 처리해 달라고 부탁하는 길밖에 없다. 유엔에서는 현재 슬로비얀스크시처럼 전쟁이 지나간 도시에는 실향민들이 귀환해 정착할 수 있게 임시 숙소를 마련해준다든지 집수리를 할 수 있게 물자를 지원하는 일을 하고 있다.

-세계의 난민 상황이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해결책은 무엇이라 보는가?

▶가장 큰 원인은 나쁜 권력자들 탓에 발생한다. 문제가 생기면 평화적 해결을 하기보다는 무력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전쟁이 발생하면 평화적으로 해결할 능력이 없다. 영토분쟁, 물자문제, 구조적인 부정부패, 독재체제, 사회적 불평등 문제 등 이런 여러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는 한 난민들은 계속 양산될 것이다.

글'사진 하영식 객원기자(국제분쟁 전문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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