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암 사망 작년 3,452명…호스피스 병상은 83개

대구시 "가동률 적어 병상 확대 곤란"…수익성 개념만 강조

25일 오후 대구의료원 호스피스 병동에서 말기암 환자들과 가족들이 병동 폐쇄 날짜가 하루하루 다가오면서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운철 기자 woon@msnet.co.kr
25일 오후 대구의료원 호스피스 병동에서 말기암 환자들과 가족들이 병동 폐쇄 날짜가 하루하루 다가오면서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운철 기자 woon@msnet.co.kr

대구의료원의 호스피스병동 폐쇄를 둘러싼 논란이 숙지지 않고 있다. 연간 수천만원에 달하는 적자를 보면서도 호스피스병동을 운영하고 있는 지역의 민간병원들은 "민간에서도 사회공헌사업과 의료복지 차원에서 호스피스병동을 운영하는데 공공의료기관에서 외면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폐쇄 방침에 반발한 환자와 보호자들은 침묵시위를 예고했고, 시민사회단체들도 반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민간도 적자 감수하는 호스피스병동인데…

대구지역의 호스피스병상 수요는 늘고 있는 상황이다. 말기암 환자 수가 해마다 증가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국립암센터에 따르면 대구지역에서 암으로 사망한 환자 수는 2011년 3천428명, 2012년 3천707명, 지난해 3천452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호스피스병상을 폐쇄하는 대구의료원을 제외한 호스피스병상 수는 83병상에 불과하다. 죽음을 앞둔 말기암 환자들이 찾을 만한 호스피스병상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셈이다.

경북대병원의 경우 12개 병상 모두 가동되고 있고, 영남대의료원 10명, 계명대 동산병원 15명, 대구가톨릭대병원 8명, 대구파티마병원 10명, 보훈병원 15명 등이 77명이 입원해있다.

대구시 관계자는 "호스피스병동을 확대할 필요성은 알고 있지만 병상의 가동률이 80~85% 수준이고, 수익성 때문에 늘리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대구가톨릭대병원 호스피스병동 유은주 수간호사는 "호스피스병동은 회복이 어려운 말기암 환자들이 부적절한 의료비용 투입을 줄이고 환자들이 편안하게 죽음을 준비할 수 있도록 돕는 사회공헌사업"이라며 "대구지역 전체 말기암 환자 수에 비해 호스피스병동이 적은 상황에서 공공의료기관이 문을 닫으면 수요를 충족시키기 어렵다"고 말했다.

대구의료원이 호스피스병동을 폐쇄한 데는 낮은 수익성이 이유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호스피스 병동 환자들은 질환에 대한 검사를 거의 하지 않고 통증완화 치료만 받기 때문에 입원비 외에는 수익원이 없다는 것.

이는 호스피스병동을 운영하는 다른 민간병원들도 마찬가지다. 12개 병상을 운영하는 칠곡경북대병원의 경우 지난해 5천만원, 올해는 6천만원의 예산이 운영비로 지원됐다. 계명대 동산병원은 올해 6천만원의 정부 지원을 받았다. 정부 지원이 없으면 고스란히 적자로 기록된다. 호스피스병동의 경우 사회복지사가 상주하는데다 임종을 앞둔 환자들의 정서적 안정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이 운영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호스피스병동을 유지하는 이유는 중요한 의료 복지의 수단이기 때문이다. 최규석 대구경북지역암센터 센터장은 "호스피스병동을 의료복지가 아닌 수익성 개념으로 접근하는 것은 잘못"이라며 "호스피스병동의 운영이 확대되려면 호스피스환자에 대한 건강보험 수가를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정부는 호스피스 완화 의료서비스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완화의료전문기관에는 진료행위 전체의 평균 비용을 산출해 일정액을 지급하는 '일당 정액제'를 기본으로 건강보험 수가를 적용키로 하고 2차 시범사업을 진행 중이다.

◆인력풀 구성 못 한 대구의료원

전문가들은 호스피스병동이 인력 부족에 시달리지 않으려면 제대로 된 인력풀을 구성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국호스피스협회 송미옥 회장은 "호스피스는 의사와 간호사, 사회복지사, 자원봉사자가 한 팀을 이뤄 접근해야 하기 때문에 인력풀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으면 운영할 수 없다"면서 "팀원 간의 의사소통과 교육은 물론, 정서적 안정과 소통을 위한 프로그램 개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대구의료원 관계자는 "간호사 수급이 어렵다는 이유의 이면에는 김모 센터장의 독선적인 운영에 대한 간호사들의 반발이 크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어렵게 보직 이동을 통해 간호사를 배치해도 못 견디고 사직하는 경우가 많아 인력 수급이 한계에 부닥친 상황"이라며 "실제 2008년부터 호스피스병동에서 근무한 간호사 24명 가운데 책임간호사 2명을 포함한 17명이 사직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김 센터장은 "9개월 전 책임간호사가 보호자들과 계속 갈등을 빚는데다 임의로 링거 처방을 하는 등 문제를 일으켜 다른 부서로 징계성 이동을 시킨 적이 있다"면서 "내가 별나서 그렇다고 주장하는데 과연 '왜 유난히 대구의료원 의사들의 이직률이 높은지, 안모 의료원장 취임 이후 얼마나 많은 의사들이 사직했는지' 생각해보라"고 반박했다.

장성현 기자 jacksoul@msnet.co.kr

홍준표 기자 agape1107@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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