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서문시장 앞 횡단보도 설치, 교통 약자 최우선 배려해야

대구 중구 서문시장과 동산병원 사이에 횡단보도를 설치해야 한다는 요구가 높다. 이곳은 신남네거리에서 동산네거리를 잇는 왕복 6차로 760m 구간의 중앙으로 평소에도 유동 인구와 차량이 많은 곳이지만 횡단보도는 두 곳뿐이다. 그것도 유동 인구가 적은 신남네거리 쪽으로 치우쳐 있다. 서문시장과 동산병원 사이에는 육교가 있지만, 교통 약자인 장애인과 노약자의 이동은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무단횡단이 끊이지 않고, 늘 사고 위험이 크다.

그동안 대구시는 횡단보도 재설치 문제로 골머리를 앓았다. 대표적인 것이 동성로를 잇는 옛 한일극장 앞 도로와 대구역 앞 네거리였다. 양쪽 모두 지하상가 상인의 반대가 많았지만, 교통 약자 배려라는 국가인권위의 권고와 설치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 횡단보도를 만들었다. 이어 대구시는 봉산 육거리와 반월당네거리에도 횡단보도 설치를 고민 중이지만, 서문시장 쪽은 교통체증이 워낙 심하고 육교가 있다는 이유 등으로 우선순위에서 밀렸다.

서문시장 쪽도 민감한 이해관계가 맞물려 있다. 가장 바람직한 것은 현재의 육교를 철거하고 횡단보도를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육교가 곧장 동산상가 건물로 이어져 육교 철거는 이곳 상인의 반대가 크고, 동산네거리 쪽 설치는 인근 지하상가 상인이 반발한다. 대구시는 이런 이유와 함께 이곳이 상습 체증 구역이어서 횡단보도 설치는 어렵고, 오히려 중앙분리대 등을 설치해 무단횡단을 막겠다는 입장이다.

횡단보도 설치에 대한 주변 상가의 반대도 충분한 이유가 있지만, 교통 약자에 대한 배려와 보행권이 먼저다. 실제로 동산병원 앞 버스정류장에 내려 서문시장으로 가려면 직선거리는 10m 정도지만, 지하도나 신남네거리 쪽으로 치우친 횡단보도를 건너가려면 수백m를 걸어야 한다. 또한, 육교와 지하도는 교통 약자에게 무용지물이며, 대구시가 주장하는 교통체증 문제도 보행권보다 앞설 수 없다. 교통 약자와 무단횡단에 따른 잦은 교통사고 위험을 생각하면 이곳에는 횡단보도를 설치해야 한다. 동산네거리 쪽이 어렵다면, 육교 아래쪽에 설치하는 방법도 있다. 육교와 횡단보도가 겹치지만, 양쪽 상가의 반발을 줄이고, 보행권도 보장할 수 있어 효율적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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