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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두 달 최병연 영남대의료원장

취임 두 달여를 맞은 최병연 영남대의료원장은
취임 두 달여를 맞은 최병연 영남대의료원장은 '환자 중심 병원'으로 변신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추진 중이다. 영남대의료원 제공

최병연(65) 영남대의료원장의 출근길은 도시철도에서 시작된다. 서부정류장 성당못역에서 도시철도 1호선을 타고 영대병원역에서 내려 걷는 길. 집에서 나와 병원까지 40분 정도 걸린다. 대중교통을 이용한 출퇴근은 오랫동안 그가 지켜온 원칙이다. 1998년 도시철도 1호선이 개통되면서부터 도시철도를 탔다.

의료원장에 취임한 지 두 달이 되도록 원칙은 변하지 않았다. 지금도 그는 매일 아침 도시철도에 오른다. "도시철도를 타고 내리고 걸으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할 수 있어서 좋아요. 정 바쁠 때는 택시를 타면 되고요. 걷거나 도시철도를 타면 의료원 입구에 안내판이 부족하다든지, 자가용을 타면 보이지 않는 것들이 많이 눈에 띄죠."

최 의료원장은 격의 없고 소탈하다는 평을 듣는다. 목소리도 크지 않고 조곤조곤 대화를 이어간다. 외부 공식행사에 나서거나 공식 인터뷰를 하는 일도, 연단에 서는 일도 아직은 쑥스러워한다. 손님이 찾아오면 응접탁자 상석에 앉지 않고 손님 옆에 앉거나 맞은편에 앉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최 의료원장은 "폼 잡는 건 성격에 안 맞다"고 말했다.

그는 병원의 각 분야별로 직원들이 환자 체험을 하도록 추진할 생각이다. '환자 중심 병원'이 되려면 상대방에 대한 이해가 먼저라는 판단 때문이다. "병원이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는 직접 환자가 되어 보면 알게 됩니다. 이런 경험을 통해 환자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방안을 찾을 계획입니다."

그는 정년퇴직 후 의료원장에 취임한 첫 번째 사례다. 지난해 퇴임 직원도 의료원장에 취임할 수 있도록 정관이 개정됐기 때문이다. 최 의료원장은 "한발 물러나서 보니 많은 것이 보이더라"고 했다. "개인적으로는 퇴직 후 2년이 굉장히 소중한 시간입니다. 그런 소중한 시간을 의료원장과 바꿨는데 그냥 남이 하던 대로만 하면 제겐 아무런 의미가 없게 됩니다. 의료원에 보탬이 안 되면 낭비이고요. 전문가는 물론 내부 구성원들로부터도 다양한 의견을 듣고 발전 전략을 세우겠습니다."

그는 영남대의료원을 둘러싼 안팎의 상황이 녹록지 않다고 봤다. 지역 의료계의 판도가 변화하고, 서울 및 수도권 지역으로 환자 유출이 심화되고 있다. 선택진료비 폐지와 4인실 이상 건강보험 적용 등 의료 수익은 오히려 뒷걸음질치고 있는 상황이라는 것. 200억원이 소요될 본관 리모델링 공사 등 공격적인 투자로 변화하는 환경에 선제 대응도 해야 한다.

최 의료원장은 "영남대의료원이 어떤 진로를 가든 그 중심에는 '지역 밀착'이 있다"면서 "지역 사회와 함께 움직이며 시민들에게 직접적인 도움이 돼야 한다. 서울 어느 병원에서 누굴 만났다더라는 얘기는 더 이상 나오지 않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오랫동안 얽히고설킨 구성원들 간의 관계의 틀과 이기주의, 기득권 등을 없애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오랫동안 껍질 속에 박혀서 나오질 않아요. 잔뜩 움츠려서는 오랫동안 한 곳에서 일하며 쌓은 기득권만 지키려 하고요. 쉽진 않겠지만 구성원들이 상대를 배려하고 소통하고, 본인의 능력 개발을 통해 자신감을 갖도록 할 생각입니다."

장성현 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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