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제1회 예천세계활축제] 예천군청 공무원 궁술회 창립 6개월 만에 '접장' 탄생

"인내심'집중력 기르는데 국궁이 최고"

예천세계활축제(이하 예천활축제) 성공을 위해 발로 뛰는 숨은 일꾼들이 있다. 축제에 자원봉사를 하려고 공무원들이 직접 국궁(國弓)을 배워 동호회를 만드는가 하면, 추진위원회 사무국 직원들은 여름휴가와 공휴일도 반납하고 축제 준비에 열을 올리고 있다.

경북 예천군 남산공원 무학정.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데도 전통 복장을 한 궁사들의 국궁 연습이 한창이었다. 활 시위에서 과녁까지 거리는 145m. 비를 뚫은 활은 정확하게 과녁에 내리꽂혔고, 저 멀리서 노란색 불이 들어왔다. 수준 높은 국궁 실력을 뽐내는 이들은 예천군청 소속 공무원들이다. 평소에 국궁에 관심이 많았던 공무원 20여 명은 예천활축제를 앞두고 "공무원들이 국궁을 모르는데 어떻게 축제를 진행하겠느냐"며 동호회를 만들었다.

축제를 계기로 만든 동호회지만 회원들은 금세 국궁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이들은 "국궁은 인내심과 집중력을 기르는 데 최고"라며 한목소리로 국궁을 예찬했다. 심재원(59'재무과) 씨는 "활 시위를 당길 때마다 정성을 다해야 한다. 조금만 딴생각을 하면 화살이 과녁을 벗어난다"며 "국궁은 어려워 보이지만 조금만 기초를 다지면 되기 때문에 초급자도 배우기 쉬운 스포츠"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열정 덕분에 6개월도 안 된 동호회에서 '접장'이 탄생했다. 접장이란 화살 5발을 145m 거리 과녁에 명중시킨 사람을 칭하는 말이다.

축제를 위해 시작한 동호회 활동이 이제는 취미가 됐다. 부부가 함께 가입해 활을 쏘는 커플 회원도 있다. 장사휘(54'건설과) 씨는 시간이 날 때마다 무학정을 찾아 활을 쏘는데 휴일에는 하루에 7, 8시간씩 무학정에서 보내기도 한다. "국궁은 전신운동이에요. 하체를 고정하고 팔이 흔들림없어야 하니까 팔에도 힘이 많이 들어가요. 우리 회원들 한번 보세요. 허리 굽은 사람이 없어요. 활을 쏠 때는 항상 허리를 꼿꼿이 펴야 해서 자세 교정에도 도움이 많이 됩니다."

궁술회의 활동은 취미를 즐기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회원 20명은 축제 기간에 참가자들의 활 체험을 돕는 봉사활동을 한다. 장 씨는 "국궁, 양궁 체험장에서 전통 복장으로 활 잡는 법부터 쏘는 법, 자세 등을 가르쳐 주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라며 "축제가 끝난 뒤에도 계속 동호회 활동을 하면서 궁술 실력을 쌓을 것"이라고 밝혔다.

축제추진위 사무국치고는 소박했다. 단장을 포함해 직원 6명이 전부다. 올 1월 27일 태스크포스가 꾸려진 뒤 축제 기획부터 진행, 홍보, 모든 것을 도맡아 할 만큼 일인다역을 하고 있다.

예천활축제 사무국 윤여홍 단장은 "전국에서 활을 만드는 궁장들 중에 예천 출신이 아주 많다. 4대째 가업을 이은 경북무형문화재인 권영학 궁장도 예천의 자랑"이라고 설명했다.

축제 준비를 위해 사무국 직원들은 '활'자가 들어간 축제, 박물관, 행사는 다 찾아다녔다. 가까운 경주와 의성부터 경기도 부천, 파주 등 활박물관, 활체험장을 직접 찾았고, 발로 뛴 경험을 토대로 축제 방향을 잡았다. 사무국 소속 김문현(33) 주무관은 "어떤 곳의 활 축제는 전문 동호인들과 궁사들을 위한 '그들만의 축제'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일반인들이 참여할 수 있는 체험형 축제가 없다는 것을 발견했고, 체험 위주의 축제로 가닥을 잡았다"고 말했다. 국궁'양궁 활쏘기 체험과 필드아처리(Field Archery'자연에 표적을 설치한 뒤 숲 속의 표적을 찾아다니며 활을 쏘는 사냥 형식의 양궁 체험), 어린이들이 대나무로 직접 활을 만들어 쏘는 편사대회는 이렇게 기획됐다.

축제도 군민들의 참여로 이뤄진다. 450명의 행사 진행 인력 중 380명이 자원봉사자다. 김 주무관은 "고령 대가야 축제는 지역민들의 봉사자 교육, 행사 진행도 잘되는 곳으로, 경쟁도 치열해서 고등학생들이 봉사활동 신청을 했다가 떨어지기도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부러웠다. 예천활축제도 이렇게 자랑스러운 축제로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올 초부터 축제 준비를 하다 보니 꿈에서도 활 쏘는 꿈을 꾼다는 사무국 직원들. 여름휴가는커녕 주말도 반납하고 늦게까지 일하고 있다는 그들은 끝까지 축제 홍보를 빼먹지 않는다. "소셜 커머스 '티켓몬스터'에서 필드아처리, 양궁 체험 등 행사와 야외 캠핑을 한꺼번에 즐길 수 있는 상품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많이 오셔서 예천 활의 매력을 체험하고 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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