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북도체육회 산하 독도스포츠단의 김나미(20)는 4년 전 광저우에서 웃을 수가 없었다. 아니, 울 수밖에 없었다. 입수 순간, 골절된 손가락 끝을 파고든 통증 탓만도, 첫 메이저대회 메달을 포기해야 하는 안타까운 탓만도 아니었다. 3m 높이 다이빙 스프링보드에 함께 올랐던 선배 이예림(23)에 대한 미안함이 더 컸다.
김나미는 광저우로 떠나기 전날, 마무리 훈련을 하던 중 크게 다쳤다. 조금이라도 점수를 더 얻으려고 기술 점수가 높은 앞으로 3회전 반 돌아내리기를 시도하다 오른쪽 약지가 뒤로 꺾였다. 붕대를 감고 출전을 강행하는 투혼을 보였지만 5차례 시기 가운데 첫 시기만 마친 뒤 끝내 기권했다. 물론 남아 있던 개인전도 포기한 채 귀국 비행기에 올라야 했다.
4년이 흐른 1일, 인천에서 김나미는 울지 않았다. 환희와 감격이 그를 웃게 했다. 여자 1m 스프링보드 동메달리스트로서 기자 회견을 하는 동안에도 금'은메달을 차지한 중국 선수들보다 더 환한 미소만 지었다. 김나미가 이날 따낸 동메달은 1970년 방콕 대회 이후 한국이 아시안게임 여자 다이빙 종목에서 44년 만에 따낸 개인전 메달이다. 김나미는 "광저우 아시안게임 이후 정말 힘들었다. 전혀 생각하지 못한 메달이라 정말 기쁘다"며 "아직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우리 땅 독도에도 꼭 가보고 싶다"고 말했다.
김나미는 서울체육중 3학년이던 2009년 싱가포르 아시아청소년대회 여자 다이빙 3m 스프링보드에서 금메달을 따는 등 일찌감치 실력을 인정받았다. 서울체고 진학 후에는 전국체전 고등부에서 해마다 메달을 목에 걸었고, 독도스포츠단에 입단한 지난해 전국체전에서는 여자 일반부 스프링보드 1m'3m를 석권했다. 독도스포츠단 김인균(39) 감독은 김나미에 대해 "목표를 이루려고 엄청난 노력을 쏟는 스타일"이라며 "목표가 뚜렷한 만큼 2년 뒤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도 기대할 만하다"고 말했다.
김나미의 화려한 재기에는 아버지, 김대중(44) 수영 청소년대표팀 감독의 뒷바라지도 컸다. 김 감독은 "나미가 정신력이 강한 편이지만 운동을 그만두겠다고 한 적도 많았다"며 "그럴 때마다 친구처럼 대화를 나눈 게 도움이 된 듯하다"고 말했다. 김나미의 남동생, 선호(13)도 다이빙 선수로 활동 중이다.
인천에서 이상헌 기자 dava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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