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연장 혈투 막판 '1분의 기적'…태극전사 金 숙원 풀었다

임창우 결승골, 36년만에 남북 빅매치 승리로

2일 인천 문학경기장에서 열린 인천 아시안게임 축구 남자 결승전에서 북한을 1-0으로 꺾고 금메달을 차지한 한국 대표팀이 경기가 끝난 뒤 환호하고 있다. 성일권 기자 sungig@msnet.co.kr
2일 인천 문학경기장에서 열린 인천 아시안게임 축구 남자 결승전에서 북한을 1-0으로 꺾고 금메달을 차지한 한국 대표팀이 경기가 끝난 뒤 환호하고 있다. 성일권 기자 sungig@msnet.co.kr

2일 오후 찾은 인천 문학경기장은 뜻밖에 썰렁했다. 이번 아시안게임의 최대 하이라이트로 꼽히는 한국과 북한의 남자 축구 대결이 시작되기 1시간 전까지도 관중석은 절반 정도만 들어찼다. 경기장 입구를 서성대던 암표상 역시 난감한 표정이었다.

하지만 지난 6월 브라질 월드컵에서 기대 이하의 성적으로 축구 팬들에게 실망을 안긴 여파라는 생각은 기우였다. 경기가 시작될 무렵부터 관람객이 한꺼번에 쏟아져 들어오면서 4만9천여 석 대부분이 메워졌다. 36년 만에 아시안게임 결승에서 다시 격돌한 두 팀의 '빅 매치'다웠다.

정치'외교적으로는 갈등이 지속되고 있지만 같은 민족끼리의 만남에 관중은 흥이 났다. 전반전 북한 진영 뒤편에는 축구 국가대표팀의 서포터스인 '붉은 악마'가 내건 '우리는 너희를 믿는다' 등의 플래카드가 내걸렸다. '오! 필승 코리아' '대~한민국' 구호도 쉼 없이 이어졌다.

그 맞은편에는 남북 공동응원단이 마련한 '우리의 소원은 통일' '원 코리아! 통일 슛 골인!' '우리는 하나다' 등의 현수막이 눈에 띄었다. 트레이닝복으로 맞춰 입은 북한선수단은 숫자가 많지 않았지만 본부석 아래 중앙 관중석에서 인공기를 든 채 열렬한 응원전을 펼쳐 눈길을 끌었다.

경기는 다소 답답하게 흘러갔다. 브라질 월드컵에서 1무2패에 그치며 무기력했던 순간들이 떠오르기도 했다. 한국은 전반 2분 이종호(전남)의 첫 슈팅을 시작으로 공세를 펼쳤지만 대부분은 유효슈팅으로 연결되지 못했다. 북한 역시 빠른 역습을 시도했으나 무위로 그쳤다. 북한으로서는 스위스 FC바젤에서 박주호(마인츠)와 한솥밥을 먹었던 박광룡(FC바두즈)의 헤딩이 크로스바를 맞힌 게 두고두고 아쉬운 순간이었다. 양 팀 선수들은 경기가 뜻대로 풀리지 않고 거친 몸싸움이 벌어지자 날카로운 신경전을 펼치기도 했다.

한국은 이날 연장 후반 종료 직전 터진 풀백 임창우(대전)의 결승골로 1986년 서울 대회 이후 28년 만에 아시안게임 정상에 올랐다. 대표팀에서 유일한 K리그 챌린지(2부리그) 소속 선수인 임창우는 경기를 마친 뒤 "아직 금메달 실감이 안 난다"며 "A대표팀 명단이 발표될 때마다 부러운 마음이었는데 이제 나도 욕심을 좀 내봐야겠다"며 활짝 웃었다.

그러나 결승골 상황에서 나온 심판 판정은 옥의 티였다. 임창우의 슛에 앞서 이용재(V바렌 나가사키)의 헤딩 슛을 북한 수비수가 손으로 쳐냈으나 주심은 그대로 경기를 진행했다. 북한 윤정수 감독은 기자회견에서 "(당시)부심은 페널티킥이라고 알리며 깃발을 들어 우리 선수들이 멈춰 서고 말았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인천에서 이상헌 기자 dava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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