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정 사상 최초라는 수식어와 함께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에 당선됐던 박영선 의원이 147일 만에 자리에서 물러났다. 표면적으로는 세월호 특별법 2차 합의안에 대한 당내 추인 유보와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의 비대위원장 영입 문제로 책임을 진다는 것이었지만, 정치권에선 그의 사퇴 배경을 놓고 설왕설래가 한창이다.
박 전 원내대표는 2일 오전 A4용지 한 장으로 정리한 내용을 담은 메일을 당 소속 의원과 기자에게 보내는 형식으로 사퇴 기자회견을 대신했다. 짧은 분량이었지만 그간 야당 내 계파갈등을 둘러싼 내분과 갈등이 고스란히 녹아 있었다.
박 전 원내대표는 메일을 통해 "흔들리는 배 위에서 활을 들고 협상이라는 씨름을 벌인 시간이었다"며 "직업적 당 대표를 위해서라면 그 배의 평형수라도 빼버릴 것 같은 움직임과 일부 극단적 주장이 요동치고 있었던 것을 부인할 수 없다"고 해 가시 돋친 비판을 가했다.
박 전 원내대표가 세월호 특별법 협상이 마무리되는 대로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기 때문에 돌연 사퇴를 접한 새정치연합 내에서는 놀란 기색이 보이진 않는다. 오히려 새정치연합 문재인 비상대책위원은 박 전 원내대표가 불참한 비대위회의에서 "우리는 (세월호 특별법)협상에서 졌다. 패배를 인정한다"고 했다. 일각에선 사퇴한 박 전 원내대표에 확인 사살을 했다는 말도 나온다.
박 전 원내대표의 사퇴로 벌써 포스트 박영선 경쟁에는 불이 붙었다. 당 서열 2위이자 비대위원 당연직인 새정치연합 원내대표 보궐선거는 9일에 치른다. 6일 후보등록에 이어 짧게나마 7, 8일을 선거운동 기간도 뒀다. 원내대표 경선에 에너지를 쓰기 어려우니 합의 추대가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기도 하지만, 친노-비노 계파 간 경쟁으로 경선이 치러질 가능성도 있다.
친노의 노영민 의원과 정세균계의 최재성, 계파색이 옅은 우윤근, 4선의 이종걸 의원 외에 김동철'주승용'유인태 의원 등이 자천타천으로 거론되고 있다. 원내대표직을 둘러싸고 각 계파가 힘겨루기에 나서면서 내부 갈등이 재연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날 박 전 원내대표의 사퇴에 대해 여당은 아쉽다는 반응이다. 이날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굉장히 마음이 아프고 걱정된다"고 했다. 두 사람은 원내대표에 취임하면서 매주 주례회동을 열 정도로 뜻이 잘 맞았다는 평가다. 하지만 여당도 5개월 남짓 호흡을 맞춘 협상 파트너가 바뀌면서 어렵게 정상화한 국회 운영 방향을 어떻게 논의해야 할지 막막해졌다. 세월호 특별법 후속 협상도 적잖은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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