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출동 24시-현장기록 112] 고객님, 당황하셨어요?

"고객님, 당황하셨어요?"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크게 유행했던 KBS2 TV의 '개그콘서트'의 한 코너인 '황해'에서 나왔던 유행어다. 이 코너는 주로 중국에 근거지를 두고 활동하는 보이스피싱 조직을 모델로 해서 어눌한 말투로 어설프게 사기 치는 모습을 보여주어 시청자들에게 큰 웃음을 주었다.

하지만 실제 보이스피싱 조직은 TV 프로그램처럼 그렇게 어설프거나 호락호락하지 않다. 실제 검거 사례를 바탕으로 살펴보면 보이스피싱 조직은 총책, 전산팀. 텔레마케터 및 시나리오팀, 통장(속칭 '대포통장')모집팀, 현금인출팀, 송금팀, 휴대전화(속칭 '대포폰')팀 등으로 조직화, 전문화되어 있다. 또 이런 조직들은 한국어에 능한 사람들을 고용해 다양한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사기행각을 벌이기 때문에 조금만 방심하면 피해를 당할 수 있다.

지난달 중순, 한 여성으로부터 112신고 전화가 걸려왔다. 신고자는 떨리는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112죠? 제가 보이스피싱을 당한 거 같은데요…, 주변에 얘기하니까 당한 거 같다고…, 검찰청이라고 전화 와서 누가 대포통장 쓰고 있다고…, 진짜 검찰청인지 알고요…, 너무 정신이 없어가지고…, 시키는 대로 있는 계좌도 해약하고 통장도 새로 만들고 했어요…."

전형적인 보이스피싱의 시나리오처럼 보였다. 전화를 받은 경찰관은 차분하게 사태 파악에 나섰다.

"그래요? 그럼 끊지 마시고 잠시만 기다리세요. 신고하신 분과 거래한 은행하고 연결해서 상황을 파악해 보겠습니다."

전화를 받은 경찰관은 곧바로 신고자의 통장이 개설된 은행과 3자 통화(신고자, 경찰관, 은행이 동시에 통화하는 것)를 연결해 계좌지급정지를 요청하였다. 그러나 이미 두 곳의 은행에서 약 3천800만원이 빠져나간 상태였다.

이와 같이 지난 한 달간 보이스피싱과 관련하여 접수된 112신고는 경북지역에서만 총 188건에 이르고, 적게는 몇십만원에서 많게는 몇천만원까지 피해를 입는 등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 보통 보이스피싱은 이미 그 수법이 널리 알려져 있어 나이 많은 노인들만 당하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사회경험이 많고 젊은 사람들도 이들의 속임수에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위 사례의 피해자도 30대 여성이었다.

보이스피싱 피해를 입으면 피해받은 금액을 되돌려받기가 매우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보이스피싱 유형을 미리 알아두고 사전에 예방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주로 접수되는 보이스피싱의 유형으로 먼저 '보호형'이 있다. 경찰, 검찰 등 사법기관이나 금융기관, 우체국 등을 사칭해서 "각종 정보가 유출되었으니 보호해 주겠다"며 각종 정보를 확인하는 식으로 개인정보를 빼내거나 송금을 요구하는 유형이다. 다음으로 '협박형'이 있다. "가족이나 지인이 위급한 상황에 처해 있다"며 목소리를 잠시 들려주고 돈을 요구하는 형태이다. '보상제공형'도 있다.

각종 연금이나 세금, 보험료 등을 환급해 주겠다고 하고 각종 정보를 요구하는 형태이다. 그 밖에도 지인을 사칭해서 금전을 요구하거나, 대학 등을 사칭해서 등록금 등 비용납부를 종용하는 형태도 있다.(유형 분류는 '보이스피싱 예방방안 및 피해금 환급제도에 대한 연구, 2013, 장현욱' 참조)

그 밖에도 보이스피싱과 유사한 수법으로, 인터넷 채팅이나 메신저를 통해 사기를 벌이는 메신저피싱과 휴대전화 문자를 이용한 스미싱이 있다. 특히, 최근에는 청첩장, 각종 고지서 등을 안내한다는 명목으로 문자메시지를 보내, 표시된 링크를 클릭하면 결제가 이루어지도록 하는 스미싱에 의한 피해가 많이 접수되고 있다.

일단, 이러한 전화가 걸려오더라도 개인정보나 금융정보를 물어보는 경우 절대 알려주어서는 안 되며, 112 또는 해당 기관에 직접 전화를 걸어 확인해 보는 것이 좋다. 그리고 가족이나 친지가 납치되었다거나 사고를 당했다고 하는 경우에도 그들이 요구하는 대로 곧바로 돈을 송금하지 말고, 침착하게 112로 전화하여 도움을 요청하여야 한다. 또한 의심되는 문자가 온 경우에도 열어보지 않도록 하고, 경찰 또는 민간업체에서 제공하는 악성문자 탐지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하여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만약 피해를 입었다면, 해당 계좌의 지급정지를 요청하거나 소액결제를 차단하여 사기범들이 돈을 인출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경북경찰청 112신고센터에서는 국내 20개 은행 및 9개 증권회사와 핫라인을 구축하여, 신고접수 즉시 해당 금융기관과 공조하에 피해자의 계좌 및 사기범의 계좌를 지급정지하는 등 피해 예방조치를 하고 있다. 따라서 최대한 빨리 112신고를 하는 것이 피해를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는 방법이다.

이대식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