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노트] 포스텍 김용민 총장의 연임 갈등

환갑을 넘긴 노교수 2명이 6일부터 포스텍 학생회관 앞에서 단식투쟁에 들어갔다. 김용민 포스텍 총장이 총장선임위원회에서 4년 연임으로 결정 났다는 소식에 교수들이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교수평의회 의장도 연임 결정에 책임을 지고 사퇴했고, 상당수 교수들도 16일 이사회에서 연임이 최종 결정되는 것을 막기 위해 모든 수단을 강구하겠다는 입장이다.

김 총장이 도대체 무슨 잘못을 했기에 교수들이 이토록 연임을 반대할까? 2011년 9월 김 총장이 부임했을 때만 해도 내부의 기대치는 컸다. 포스텍도 전임 총장보다 더 큰 경제적 배려로 김 총장의 기를 살렸다. 이에 부응하듯 김 총장은 포항 발전을 위해 AP포럼을 이끌었고, 경제회생을 위해 해외 벤치마킹 모델도 다양하게 찾아와 지역에 소개했다.

그런데도 그는 80%가 넘는 교수들에게 신임을 얻지 못하고 있다. 포스텍 역대 총장들 중에 아무리 인기가 떨어져도 불신임 수치가 60%를 넘은 적은 없었다.

총장과 교수의 갈등은 2012년 부총장을 지냈던 한 인사의 비리 행위가 검찰 수사를 받으면서 시작됐다. 김 총장은 교수를 전적으로 신뢰하지 못했고, 교수들은 김 총장이 '일반화의 오류'(부분을 전체라고 착각)를 범하고 있다며 못마땅하게 여겼다. 김 총장의 원칙도 불편했다. 최저입찰제만 고집하면서 포스텍과 일하는 업체들의 불만이 커졌다. 모든 일을 하나부터 열까지 챙기는 꼼꼼한 성격은 피곤하다는 불만으로 변했다. 안팎에서는 '융통성 부족'이라고 평가했다.

교수평의회 측은 "리더십과 장기 비전, 소통 및 신뢰, 대외활동, 인사정책 등 총장이 갖춰야 할 덕목이 부족하다"고 주장한다. 급기야 16일 이사회에서 연임을 저지하기 위해 11명(총장 제외)의 이사들에게 총장 연임의 반대 당위성을 알리겠다는 교수들도 나왔다.

전례로 봤을 때 한 번도 이사회에서 총장 인사가 바뀐 적은 없지만 일부 교수는 이사 7명의 찬성을 얻어야 연임안이 통과되는 상황이어서 쉽지 않을 것이라고 벼르고 있다. 잘잘못을 따지기 전에 80%가 넘는 교수들이 등을 돌린 데는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다. 김 총장이 적극 나서지 않는다면 연임 내내 시끄러울 수밖에 없다. 포항 박승혁 기자 psh@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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