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人터View] 조광래 대구FC 단장

"축구 행정가 선수 때부터 꿈꿔…동호회·유소년가족이 미래 전력"

대구시민들의 사랑에 굶주린 국내 최초의 시민 프로축구단 대구FC가 다시 한 번 몸부림을 칠 태세다. 대구FC는 2002년 한'일 월드컵 이후 창단, 2003년부터 K리그에 뛰어들었지만 10년이 넘도록 실력도 없고, 인기도 없는 구단으로 머물러 있다. 이런 실정의 대구FC를 명문구단으로 만들어 보겠다고 나선 사람이 있다. 온몸과 마음을 축구로 똘똘 뭉친 조광래 제5대 대구FC 단장이다. 국가대표를 역임하고 국가대표 지휘봉을 잡는 등 화려한 축구 경력을 자랑하는 조 단장은 지난달 12일 대구FC 이사회에서 단장으로 선임되고, 지난달 30일에는 주주총회를 거쳐 이사회에서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일반 기업으로 보면 초고속 승진한 그는 기업체의 사장보다는 축구단 단장으로 불리기를 바란다.

경남 진주가 고향인 조 단장은 "대구를 '제2의 고향'으로 삼겠다"며 각오를 다지고 있다. 그는 "예전 실업 축구 때와 프로 초창기 시절, 대구에서 경기하면 관중이 2만 명을 넘었다. 대구는 축구로도 국내 3대 도시였다"며 "그런데 시민들이 호주머니를 털어 만든 대구FC는 지금 정말 인기 없는 팀인 것 같다. 인근 지역을 포함하면 대구는 인구 300만 명의 큰 도시인데 왜 축구장의 관중이 수백 명뿐인지 그 이유를 찾고 있다"고 했다. 조 단장으로부터 그의 삶이 된 축구 얘기와 대구FC 살리기에 대해 들어본다.

-축구팬과 대구시민들이 어떻게 단장이 되었는지 궁금해한다. 단장 공모 때 갑자기 나타났는데, 대구와 권영진 대구시장과는 어떤 인연이 있는가. 대표이사를 겸한 대구FC의 단장은 선례로 볼 때 성공 가능성이 크지 않다. 화려한 경력을 지닌 축구인으로 팬들의 기억 속에 남아있는 게 더 낫지 않았을까.

▶지금의 이 자리는 어쩌면 선수 때부터 그린 꿈이다. 선수 때는 감독이 되겠다고 생각했고, 감독 때는 축구 행정가의 모습을 머릿속에 그렸다. 축구 행정을 하는 자리가 우연히 대구FC가 된 것이다. 권 시장과는 최근 지인의 추천으로 만나게 됐다. 권 시장은 축구에 대한 대단한 열정을 지녔고, 국내 축구의 현실을 정확히 짚고 있었다. 그 시점까지는 국가대표 감독이나 한 번 더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었는데, 축구 행정과 경영을 하는 자리를 제의받아 일시적으로 고민했다. 공모를 거쳐 단장으로 선임됐는데, 후회하지 않도록 가진 모든 역량을 쏟아내겠다.

-부임한 지 한 달이 되어 간다. 이제 구단주인 대구시와 구단의 현황을 어느 정도 파악했을 것이다. 왜 대구FC가 10년이 넘도록 자리 잡지 못했다고 보나.

▶출발점에서 설계가 잘못되지 않았나 싶다. 비단 대구뿐만 아니라 국내 축구단 대부분이 그렇다. 성적 내기와 관중동원, 마케팅 등 축구를 중심으로 구단의 발전 방안을 찾아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한 것 같다. 대구FC만 해도 이전까지 기업 경영인을 영입해 활로를 찾은 것으로 알고 있다.

-대구FC의 미래에 희망이 있다고 보는가. 그렇다면, 대구FC의 비전은.

▶축구와 축구인을 중심으로 구단의 미래 발전 방안을 찾을 생각이다. 축구에 관심 있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대구FC 가족을 만드는 데 주력하겠다. 그 주요 대상은 축구 동호회와 유소년축구클럽이다. 앞으로 대구에서 활동하는 수백 개의 축구 동호회 회원들과 함께하겠다. 얼마 전 생활체육 대구시축구연합회 행사에 참가했는데 무척 좋아하더라. 은퇴 선수를 활용해 이들에게 기술 지도를 하는 방안도 계획하고 있다.

구단의 진짜 미래는 어린이에게 달렸다. 유소년클럽을 활성화하는 것이 축구 가족을 늘리는 최고의 방법이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의 바르셀로나 구단의 유스시스템을 협약을 통해 도입하는 방법도 고려하고 있다.

-부임 후 대구스타디움 입구에서 관중을 맞이하고 있다. 축구팬으로서 보기에 좋더라.

▶구단의 홍보 담당자가 '진심 행보'라고 자료를 낸 것을 봤는데, 문구 그대로다. 대구와 연고 없고 경영을 모르는 사람이 구단 살림을 맡았다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인사 잘하고 사진도 찍고 해서 친구를 많이 만들어야겠다. 좀 시간이 걸리더라도 동원 관중이 아닌 찾아오는 관중을 만드는 데 주력하겠다. 대구가 1부 리그에 다시 올라가고 성적을 내면 관중은 많이 늘 것이다. 지금 겉으로 드러나진 않지만, 대구에는 잠재적인 축구 관중이 풍부하다. 대구는 흔히 야구 도시라고 하지만 예전의 대구는 축구 도시였고, 조만간 축구 도시로 다시 주목받을 것이다.

-선수 때 '컴퓨터 링커'로 불렸는데, 머리가 좋았던 것으로 보인다. 진주고 입학 당시 축구 특기생이 아닌 성적으로 입학한 것으로 알고 있다.

▶7세 때부터 어른들하고 축구 했다. 진주 봉래초교 4학년 때 축구부에 들어갔고, 6학년 때 주장을 맡았다. 당시 경남에서 축구 제일 잘한다는 소리를 들었다. 축구 이상으로 공부도 잘해서 진주중과 진주고를 시험 쳐서 들어갔다. 두 학교 모두 들어가기 쉽지 않은 명문이다. 진주중에는 축구부가 없어 선수 활동을 하지 않았고, 진주고에서 교장 선생님의 권유로 다시 축구부 활동을 했다.

-감독과 단장은 하는 일이 다르다. 풍부한 지도자 경력이 대구FC 최덕주 감독의 활동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이를 우려하는 지적이 많다.

▶주위 사람에게서 가장 많이 듣는 지적이다. 평생 축구를 한 사람인데 성적 얘기를 하지 않을 수도 없고, 눈에 뻔히 보이는데 우리와 상대의 경기 내용에 대해 입을 닫고 있을 수만도 없다. 선수단의 사기를 꺾지 않는 범위에서 기회 있을 때 경험담을 들려주곤 한다. 나의 경험담이 팀의 승리로 이어진 적도 있다.

-축구팬 등 대구시민에게 하고 싶은 말은.

▶비록 전용구장이 없지만, 대구의 축구 환경은 그리 나쁜 편은 아니다. 일차적으로 우리 팀이 인기가 없는 것은 사무국과 선수단의 잘못이다. '어린이에게 희망을 주는 축구단'을 목표로 구단의 발전 방안을 마련하겠다. 대구시가 조광래를 택한 것은 '얼굴 마담' 삼아 대구의 자랑이 되는 팀을 만들기 위함이다. 대구시민들의 자부심이 되도록 대구FC를 만들겠다.

김교성 기자 kgs@msnet.co.kr

사진 우태욱 기자 wo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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