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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살아도… 이렇게 먹는 사람,요렇게 먹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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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 신경철 씨가 차린 점심상. 이날 신 씨는 전날 먹다 남은 소고기국을 데우고 김치전을 새로 구워 상을 차렸다. 이화섭 기자
화가 신경철 씨가 차린 점심상. 이날 신 씨는 전날 먹다 남은 소고기국을 데우고 김치전을 새로 구워 상을 차렸다. 이화섭 기자

영화 '로마의 휴일'에서 앤 공주(오드리 헵번)는 신문기자인 조(그레고리 펙)의 집에 주방이 없다는 사실에 놀란다. "식사는 어디서 하느냐"는 말에 조는 "밖에서 해결한다"고 말한다. "삶이란 자기 뜻대로 되는 건 아니죠"(Life isn't always what one like.)라는 명대사가 나오는 장면이다. 이 명대사가 탄생하게 된 데에는 조가 로마에서 혼자 살고 있다는 사실이 큰 몫을 차지한다.

이런저런 여건 때문에 혼자 밥을 해서 먹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일단 '내가 해야 한다'는 사실 때문에 주방으로 가는 발걸음은 노동하러 가는 발걸음과 같다. 게다가 혼자 사는 곳의 정주여건 상 뭔가를 해 먹는다는 게 안되는 경우도 있다. 집밥이 그리운 싱글족들의 선택지는 2가지다. 부모님이 계신 집으로 돌아가거나 아니면 자신이 직접 어머니의 손맛을 기억해 재현하거나.

◆포기하면 편해

대학생 안솔지(24) 씨는 자취하는 집에서 식판으로 밥을 먹는다. 설거지거리가 많이 나올까봐서다. 1식 3찬의 배식이 가능한 이 식판에 안 씨가 올리는 반찬은 김 구이, 멸치 볶음, 오징어채 무침 등이다. 단백질이라고는 계란 프라이 정도에 불과한 너무나도 단출한 식단이다. 안 씨는 "집에서 해먹으려고 노력은 하는데 요리부터 뒤처리까지 귀찮을 때가 많다"며 "결국에는 학교 식당이나 학교 근처 음식점에서 사먹을 때가 더 많다"고 말했다. 이처럼 혼자 밥을 해 먹는다는 건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귀찮은 일이다.

사는 곳이 요리를 하기 힘든 곳이어서 혼자 밥 해 먹는 것을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 이현석(30) 씨는 지난해까지 일자리를 알아본다고 서울의 한 고시텔에서 자취를 했다. 고시텔의 경우 공동주방을 쓰는 데다 냉장고도 매우 작다. 그래서 음식 보관은 고사하고 반찬통 하나 넣기도 힘들다. 이 씨는 "된장찌개밖에 할 줄 몰라서 찌개 하나 끓여서 3일을 버틴 적도 있다"며 "공동주방까지 가는 것도 귀찮고 누가 해 주는 사람도 없다보니 결국 대충 때우는 수준으로 밥을 먹고 살았다"고 말했다.

◆집밥이 그리워 내가 차린다

한 케이블TV방송국의 인턴사원으로 일하고 있는 김인영(26) 씨는 친구들 사이에서 '자취 요리의 대가'로 불린다. 대학생 시절부터 쌓아 온 요리의 내공을 간단하게 정리해 블로그에 올린 것을 친구들이 보고는 감탄해마지 않았기 때문이다. 혼자 살면서 밥을 해 먹는다는 것은 꽤나 귀찮은 일이었을텐데 김 씨가 굳이 밥을 직접 해 먹는 이유는 돈이 절약되기 때문이었다. 김 씨는 "외식만 할 때보다 직접 요리해서 먹으니 식비가 이전 달에 비해 10만~15만원 정도 줄어드는 효과가 있었다"며 "건강뿐만 아니라 경제적 측면에서도 외식보다는 직접 해 먹는게 나았다"고 말했다. 김 씨가 직접 요리를 하게 된 데에는 미국 교환학생 때의 경험이 컸다. 주변에 한국 음식점을 찾을 수 없었던 김 씨는 직접 해 먹는 걸로 한국요리에 대한 갈증을 풀었기 때문이다. 김 씨의 블로그에는 그때 만들었던 한국음식들의 조리 과정을 올려놓은 게시물들이 있다.

화가 신경철(33) 씨는 작업실이 곧 집이다. 대학시절부터 혼자 살아왔기 때문에 혼자 밥 먹는 데 이골이 난 그는 하루에 한 끼는 무조건 밥을 지어 반찬을 차려 먹는다. 고향에 계신 부모님이 김치를 포함한 밑반찬을 보내주기 때문에 밥만 지으면 한 끼쯤 그냥 해결할 수 있지만, 신 씨는 작게라도 요리를 준비한다. 닭요리를 좋아해 육계 한 마리를 4분의 1씩 토막낸 뒤 그중 한 조각을 삶아서 백숙을 먹기도 하고 다른 닭요리를 하기도 한다. 신 씨는 "처음 양념 마련하는 돈만 조금 들인다면 사먹는 쪽보다 집에서 밥을 해 먹는 쪽이 경제적 측면에서든 건강 유지 측면에서든 훨씬 더 좋다"고 말했다.

이화섭 기자 lhssk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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