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대계의 사전적 의미는 '먼 앞날까지 미리 내다보고 세우는 크고 중요한 계획'을 말한다. 예로부터 '나무를 심는 것은 십년지대계요, 교육은 백년지대계'라고 했다. 교육이란 미래의 사회와 나라를 이끌어갈 인재를 기르는 중요한 정책이기 때문에 눈앞의 이익만을 보고 교육 정책을 세우면 안 된다는 의미다.
정부정책 중에서 가장 혼란스럽고 실망한 정책이 무엇인지 묻는다면 아마도 다수의 국민들은 '교육정책'을 꼽을 것이다. 정권이나 주무장관이 바뀔 때마다 항상 새로운 교육정책이 발표되는 악순환이 수십 년째 반복되고 있다.
우리나라 의과대학 입학정책도 백년대계와는 사뭇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의사가 되는 길은 의과대학을 졸업하거나 새로운 제도인 의학전문대학원을 졸업한 후 의사국가시험에 합격하는 것이다. 현재 전국에는 41개 의과대학 및 의학전문대학원이 있다.
제도의 도입 취지는 의학 분야의 전문인들에게 보다 높은 수준의 교양과 전문성을 제공해 그들이 세계무대에서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었다. 기존의 의학 교육은 다양한 인재를 양성하는 기능이 취약하다는 비판을 받았고 각 학교들은 대학의 다양화와 특성화 방법을 고민하며 의학전문대학원을 개설했다.
하지만 10년도 지나지 않아 상당수 의학전문대학원들이 다시 의과대학 체제로 전환을 결정한 상태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의학전문대학원 제도가 소수의 대학에서만 유지되고, 대부분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운명이다. 이러한 회귀의 원인은 현실과 맞지 않는 제도를 도입했기 때문이다. 의학전문대학원 제도의 이론적인 장점만을 생각하고 조급하게 결정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또한 의학전문대학원 존폐 논란의 기저에는 경쟁적으로 대학들이 더 우수한 의과대학생을 뽑겠다는 근시안적 태도가 있는 것이다.
핀란드는 교육제도의 선진국으로서 언론에서 집중 조명된다. 핀란드는 북유럽에 있는 인구 500여만 명의 소국이지만 핀란드의 연관 검색어는 '행복' '교육' '슬로 라이프' 등이다. 후쿠타 세이지의 '핀란드 교실혁명'이라는 책에 의하면, 핀란드식 교육제도의 특징은 밑바닥을 끌어올리되 위쪽은 제한 없이 개방하는 것이다.
"핀란드의 학교는 잘 못하는 아이들을 끌어가긴 하지만 잘하는 아이들은 그냥 둡니다. 왜냐하면 잘하니까요"라는 핀란드 사람들의 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성적이 뒤처지는 학생들에게 초점을 두고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의 자율성을 인정하는 것이 바로 우리가 먼 앞날을 내다보며 생각해 보아야 할 과제인 것이다. 교육은 시행착오를 거듭해서는 안 되는 분야이다. 우리나라 교육정책도 백년지대계라는 지혜 속에서 만들어지고 다듬어져 언젠가 핀란드 교육정책처럼 전 세계가 우리나라의 교육정책을 벤치마킹하는 날이 올 수 있기를 소망한다.
고석봉 대구가톨릭대병원 산부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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