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일반 독자들이 생활의 지혜를 얻기 위해 읽기에는 부담이 되는 철학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럼에도 소개하려는 이유는 우리 옛 선조들이 '사서'(四書) 다음으로 신성한 책으로 읽고 또 읽은 책이기 때문이다.
중국의 모든 책의 근원은 '오경'(五經)과 '사서'에 귀착되고, 그 핵심에 '주역'이 있다고 흔히 말해왔다. 그런데 근세(중국 송나라 이후, 우리나라는 조선조)에 와서는 '주역'보다 더 신성한 바이블이 바로 이 책이었다. 물론 과거 시험의 교재는 '사서'와 '오경'이지만, 그것을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 책을 읽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서양의 바이블, 아퀴나스의 '신학대전'과 비견하면 된다. 동아시아 근세 및 근대 700년 동안 지식인의 사상과 문화, 예법, 관습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영향을 끼친 책이다.
이 책은 주희(1130~1200 '주자'로 존칭)의 문집이다. 단순한 문학작품집이 아니다. 편지글로 친구나 제자들과 학술을 토론한 자료를 모아 놓은, 일종의 학술논문집의 성격도 함께 갖고 있다. 줄여서 '주자대전'이라고 부르는데, 그 약칭이 더 잘 알려져 있다. 이 책과 더불어 그의 사상을 연구하는 데 중요한 자료 하나가 더 있다. '주자어류'(朱子語類)다. 그와 제자가 나눈 질의응답 어록(語錄)이다.
주자문집대전에 실린 주자의 사상은 무엇일까? 주자 사상의 특색은 2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격물치지'(格物致知)와 '리기설'(理氣說)이다. 격물치지설은 '대학' 속의 문구에서 힌트를 얻어 자기 설로 만든 개념이고, '리기설'은 우주자연을 유기체, 곧 생명체로 보는 동양사상 특유의 세계관이다. 인간의 '의식-심리 작용'도 리기설로 설명했다.
성리학의 기본 사상은 인간과 우주자연의 일체감이다. 유교는 도덕 감정을 배양하여 도덕규범, 즉 예(禮)를 실천하는 인간학인데, 공자 이후 도덕 감정과 인격 수양을 강조해 왔다. 그러나 주자는 도덕을 위해서는 객관적인 온갖 '지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이것을 강조한 것이 격물치지설이다. 사물을 탐구하여 나의 지적(도덕적) 수준을 높인다는 뜻이다.
리기설은 우주자연을 리와 기라는 두 개념으로 설명하는 체계이다. 집에 비유하면 리는 설계도, 기는 건축자재에 비유할 수 있다. 철학에도 인간이 관념적으로 만들어내는 개념이 있다. 종교의 신, 영혼불멸, 내세 등과 같이 철학은 이데아, 리 같은 추상적인 세계를 생각해 내지 않으면 안 된다. 성리학은 고대 공자와 맹자의 도덕설을 근세 철학적인 체계로 만든 것이다. 맹자는 인간 본질은 선(善)이라 하였다. 성선설(性善說)이다. 성리학은 인간 본질에는 우주의 섭리가 들어와 있다고 하였다. 성(性)은 리(理)라는 것이다.
이동희 계명대 윤리학과 교수 dhl333@km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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