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사진 한 장이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다. 제86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사회자 엘런 드제너러스가 시상식에 참가한 유명 배우들과 삼성전자 스마트폰 갤럭시노트3로 찍은 셀카가 트위터를 통해 급속히 퍼져 나가면서 삼성은 광고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광고 효과를 돈으로 정산하긴 힘들지만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들은 "셀카 마케팅이 삼성전자가 쓴 광고비 이상의 효과는 거뒀을 것"이라 보도했다.
셀카가 돈을 불러온다. 셀카가 유행한 건 최근 일이 아니지만 셀카가 돈을 불러온 건 최근의 일이다. 셀카는 예상치 못한 순간에 부가가치를 발생시켰다. '셀카봉'이라는 올해 최고의 히트 상품을 만들어냈고 셀카로 남긴 특별한 순간이 기업들에게는 마케팅을 분석하는 자료가 되기도 한다.
◆마케팅에 활용되는 셀카
셀카는 기업의 광고 전략을 위한 분석 자료가 되기도 한다. 전 세계적으로 셀카 열풍이 거세게 불면서 자사 제품이 나온 셀카를 분석해 광고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12일 WSJ에 따르면 미국에선 인스타그램이나 플리커, 핀터레스트 등 사진 공유 사이트에 올라온 셀카 사진을 컴퓨터로 분석하는 업체들이 성업 중이다.
셀카 분석회사들은 SNS상의 셀카 사진을 수집해 분석한다. 2012년 설립한 디토 랩(Ditto Lab Inc.)은 사진 속 로고를 자동으로 찾아내는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SNS상의 셀카사진을 수집한다. 디토 랩은 사진 속 주인공의 성향을 분석해 해당 기업에 정보를 제공한다. 예를 들어 코카콜라가 등장한 셀카 사진을 수집해, 사진 속 인물이 웃고 있는지, 어떤 옷을 입었는지, 배경은 어딘지 등을 분석해 제공하면 코카콜라는 이를 바탕으로 정확한 소비자 분석을 할 수 있는 것이다. 또 다른 이미지 분석회사 피코라(Piqora)는 자체 서버에 개인 사진을 저장해 최근 유행하는 트렌드를 알려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사진이 글보다 더 많은 것을 내포한다'는 판단 때문이다. 페이스북이 소유한 사진 공유 사이트 '인스타그램'에는 매일 6천만 장의 셀카가 신규 등록된다. WSJ은 인스타그램이 이미 200억 장의 사진을 리서치 업체에 제공 중이라고 전했다. 사이트에 올라오는 셀카들은 소비자의 성향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이 서비스를 이용하는 미국의 식품회사 크래프트 푸드(Kraft Food Groups)는 크래프트 제품이 등장하는 사진 속 인물의 표정을 연구하고, 함께 먹는 음식은 무엇인지 분석해 광고 전략 수립에 활용한다. 사진 수집과 관련해 사생활이 침해된다는 지적도 있지만 기업들은 정확한 광고를 위해 리서치 업체 활용을 늘리는 추세이다.
◆소비자 스스로 기업을 홍보하도록
셀카는 소비자가 직접 제품을 홍보하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로의 갤러리아 백화점은 '셀카 명소'로 유명하다. 갤러리아백화점은 2012년 프리미엄 식품관을 열면서 식품뿐만 아니라 '조명'도 함께 연구했다. 백화점을 찾은 고객이 셀카를 찍고 싶어하는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서다. 블로그 포스팅을 할 때 자신의 얼굴이 예쁘게 나오면 반드시 사진을 올린다는 점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것이다.
셀카에 최적화된 조명을 찾기 위해 인테리어 조도 담당자는 직접 셀카를 촬영하며 조명을 설치했다. 특히 신경을 쓴 곳은 파우더룸. 사진이 가장 잘 나오는 따뜻한 색감(2천700켈빈(K'절대온도의 단위)~3천켈빈, 일반 매장은 4천켈빈)을 찾았다. 여성들의 셀카 주 촬영 장소인 '파우더룸'을 마치 영화배우의 대기실과 같은 느낌으로 연출해 고객들이 셀카를 반드시 찍도록 신경을 쓴 것이다.
갤러리아 백화점 블로그 포스팅은 조명을 설치한 뒤 늘었다. 갤러리아 백화점 관계자는 "'고메이 494'의 일일 블로그 포스팅 건수가 개편 전보다 훨씬 높아졌다"고 전했다. 소비자들이 자발적으로 백화점을 홍보하는 셈이다.
경북대학교 신문방송학과 정걸진 교수는 "'셀카 마케팅'은 소비자가 직접 체험해보고 물건을 홍보하는 '체험 효과'가 있기 때문에 기업 스스로 물건을 과시하는 광고보다 효과가 크다"며 "일명 '버즈마케팅'(꿀벌이 윙윙거리는 것처럼 소비자들이 상품에 대해 긍정적인 입소문을 내게 하는 마케팅 기법)이 소비자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셀카가 만든 올해의 상품, 셀카봉
요즘은 관광지 어딜 가나 '셀카봉 열풍'이다. 셀카봉이 관광지의 풍경을 바꿔 놓았다. 삼각대에 카메라를 고정하고 설정한 타이머 시간이 다 되기 전 일행 쪽으로 달려가 단체 사진을 찍던 모습은 사라졌다. "사진 좀 부탁드린다"는 말도 관광지에서 듣기 어려워졌다. 그 대신 긴 막대를 하늘 높이 들어 올려 막대 끝에 달린 스마트폰으로 자신의 모습을 찍는 사람들이 늘었다.
셀카봉은 긴 막대 끝에 휴대폰이나 카메라를 고정해 자신의 모습을 찍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도구이다. 긴 막대 덕분에 혼자서도 다양한 풍경과 각도로 자신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을 수 있다.
셀카봉은 단연 올해 최고의 히트 상품이다. 그 인기는 온'오프라인에서 셀카봉을 찾는 사람들이 증명하고 있다. 소셜커머스 티몬에 따르면 올해 8월까지 '셀카봉'의 판매 대수가 약 6만5천 대를 넘었다. 지난해 같은 시기 판매량에 비해 약 10배 이상 높아진 수치다. TV 예능 프로그램 등에서 연예인들이 사용하는 모습이 방영되면서 '셀카봉' 열기는 뜨거워지고 있다.
셀카봉은 오프라인에서도 '효자 상품'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셀카봉은 잡화점, 휴대폰 부속품 가게, 노점상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다. 대구시 중구 동성로의 한 잡화점 직원 이신희(24) 씨는 "주말에는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셀카봉이 많이 팔리고 있다"고 말했다.
셀카봉이 처음 등장했을 때 사람들은 '우습다'는 반응을 보였지만 금세 그 매력에 빠져들었다. 김찬열(21) 씨는 "처음엔 '창피하게 왜 저런 걸 들고 다니지?'했는데 사진 몇 장 찍어보고는 그 이유를 알게 됐다"고 말했다. 동성로의 한 가게에서 셀카봉을 구입하던 김소정(38) 씨도 "처음에는 '저 지팡이는 대체 뭐지?' 했는데 알고 보니 셀카봉이었다"며 "주말에 친정 엄마랑 둘이 여행을 가는데 매번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하기도 불편해서 셀카봉을 장만하러 왔다"고 말했다.
김의정 기자 ejkim90@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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