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사회적 경제'가 화두다. 사회적 경제는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경제 활동으로, 개인의 자유로운 경제 활동을 보호하면서 그 과실을 사회 전체가 함께 나누는 시스템이다. 공동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사회적기업과 협동조합은 사회적 경제의 한 영역이다. 최근 2년간 설립된 협동조합 숫자가 5천 개를 넘어설 정도로 우리나라에도 사회적 경제 붐이 일고 있다. 하지만 이 현상이 일시적인 유행에 그치지 않으려면 사회적기업과 협동조합이 뿌리내릴 수 있는 튼튼한 토양을 먼저 만들어야 한다.
◆전국 협동조합 5천 개 넘어서
우리나라는 지금 협동조합 시대다. 2012년 12월 협동조합 설립을 돕는 '협동조합기본법'이 시행됐고, 이때부터 수천 개의 협동조합이 생겨났다. 기획재정부는 올해 8월 기준으로 전국에 5천461개의 협동조합이 등록됐으며, 대구에도 253개가 있다고 밝혔다. 사회적 경제는 행정 조직도 움직이고 있다. 대구시는 지난달 조직 개편을 하며 '사회적 경제과'를 신설했다. 원래 경제정책과에서 협동조합 관련 업무를 담당했지만 사회적 경제의 필요성이 강조되자 사회적기업과 협동조합, 마을기업을 각각 담당하는 부서를 만든 것이다.
사업성이 있고, 목적의식이 뚜렷한 협동조합은 사회 문제도 해결한다. 한겨레두레협동조합은 장례업체와 리베이트, 비용 부풀리기 등으로 문제가 됐던 상조업체들의 도덕적 해이에 문제의식을 느끼고, 건전한 상조 문화를 만들자는 데서 출발했다. 공동구매로 장례용품 비용을 낮추고, 조합원인 장례지도사와 조합원인 상주가 장례 진행 절차를 협의한 뒤 결정하기 때문에 비용 부풀리기 등 문제가 발생할 우려가 없다.
프랜차이즈 기업인 '해피브릿지협동조합'도 협동조합 성공 사례로 종종 거론된다. 이 기업은 지난해 흑자 상태의 주식회사를 협동조합으로 전환하며 소유주를 직원으로 바꾸는 과감한 선택을 했다. 연매출 330억원, 잉여이익금이 30여억원으로 15년간 주식회사로 성장해 기업 가치가 높아졌던 시기였다. 송인창 이사장은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들이 본사에 과도한 로열티를 납부하고, 원치 않는 인테리어 공사 등으로 부담을 떠안는 것이 못마땅했다. 송 이사장은 "자신의 지분을 내놓고 수십억원의 '소유'를 포기하는데도 주주총회에 참석한 15명 중 (협동조합 전환을) 반대한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다. 기업을 운영하는 데 자본보다 사람이 먼저라는 기업 가치를 공유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 결과물이 수제 버거 브랜드인 '더파이브'다. 본사가 점포를 차리면, 조합원 5명이 투입돼 운영하는 방식이다. 일반 프랜차이즈 직영점이 수익 전체를 본사가 가져간다면 더파이브는 순수익금을 해당 점포에 남겨둔다. 3, 4년 뒤 조합원들은 임차료와 권리금을 내고 점포를 인수할 수 있다. 송 이사장은 "프랜차이즈 방식으로 점포를 차리면 3억5천만원이 필요한데 20, 30대 청년들은 이만한 돈이 없는 데다 사업이 망하면 투자금 전체를 잃게 된다"며 "해피브릿지가 청년 실업과 프랜차이즈 업체의 '갑을 관계' 문제를 해결하는 데 기여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사회적 경제, 아직은 걸음마 수준
협동조합과 사회적기업의 역사가 짧은 우리나라는 건실하고 목표 의식이 뚜렷한 업체가 그리 많지 않다. 협동조합창업경영지원센터에 따르면 5천여 개 신생 협동조합 중 제대로 운영 중인 곳은 10% 정도로 추정된다.
이는 협동조합에 대한 잘못된 인식에서 출발한다. 협동조합의 종류는 크게 두 가지로, 일반 협동조합(사업자, 소비자, 직원, 다중이해관계자)과 사회적 협동조합으로 나뉜다. 일반 협동조합의 1차 목표가 조합원들의 이익이라면, 중앙부처의 인가를 받아야 하는 사회적 협동조합은 취약 계층에 일자리를 제공하는 등 사회의 이익을 우선시한다. 하지만 일반 협동조합 설립을 원하면서 정부 지원금을 기대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관계자들은 말한다. 김성오 협동조합창업경영지원센터 이사장은 "협동조합 만들면 정부에서 지원금이 나오느냐고 묻는 사람들이 많은데 일반 협동조합은 사회적기업이 아니다. 협동조합도 다른 기업과 똑같이 지속 가능한 사업 아이템으로 조합원들이 힘을 합쳐 이익을 창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협동조합과 사회적기업의 성공을 위해 명심해야 할 것들이 있다. 먼저 조합원들의 공통된 욕구를 파악하는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조합원들의 참여를 계속 요구해야 한다. 현재 추진 중인 '제주하늘버스협동조합'은 제주도 취항 항공사들이 독과점 가격을 형성하자 협동조합에서 여객기와 화물기를 운영해 제주도민들의 항공료 부담을 낮추겠다는 공동 목표를 설정해 조합원을 모으고 있다. 김성오 이사장은 "조합원들의 공통된 욕구를 파악했다면 시장에서 안정적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사업성 있는 아이템을 찾아야 한다. 또 협동조합 설립 초기부터 구체적인 사업 내용과 규약을 적은 '동업계약서'를 쓰는 것도 중요하다"며 "또 같은 지역 다른 업종의 협동조합들끼리 연대해 서로 돕고, 사회적 경제 네트워크를 만든다면 협동조합의 성공을 이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글 사진 황수영 기자 swimmi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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