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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 5도 '숨어있는 평화' 그림으로 표현…동양화가 신태수 작가

서해5도 돌며 6개월간 작품 활동, 철창 싸인 백령도 모습 가슴 아파

서해 5도를 화폭에 담아낸 신태수 화가. 전종훈 기자
서해 5도를 화폭에 담아낸 신태수 화가. 전종훈 기자

"백령도에서 군사시설이 없는 곳을 찾으려고 애썼지만 섬의 대부분이 철창 등으로 덮여 있어 마음이 무척 아팠습니다."

안동문화예술의 전당 '갤러리 5' 전시실에서 만난 의성 출신 동양화가 신태수(52) 작가는 5년 만에 '서해 5도'란 주제로 개인전을 열었다. 5년 전 신 작가의 개인전과 사뭇 달라진 그림의 소재 때문에 그의 지인들은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신 작가는 주로 고택과 산 등 내륙지역 중심의 자연을 그린다. 하지만 몇 해 전 처음 찾은 연평도에서 자신의 작품활동에 큰 전환점이 될 정도로 가슴을 움직이는 뭔가를 발견했다. 신 작가는 "연평도는 작고 고요한 섬마을이지만 뭔가 마음을 동요하는 것이 있었다"며 "그 옆 대청도 등 서해 5도가 나에게 새로운 소재로 다가왔고 그림을 안 그리면 안 된다는 사명감까지 생겼다"고 말했다.

계획된 전시회와 작품활동을 마무리 지은 신 작가는 지난해 12월 백령도에 있는 백령예술가의 집에 들어가 올 5월까지 서해 5도인 백령도와 대청도, 소청도, 연평도, 우도를 돌며 그림을 그렸다.

신 작가는 "내륙지역에서 태어난 사람들은 바다에 대한 동경이 있다"며 "서해 5도는 사람의 손때가 묻지 않은 곳이며 소재에 대한 상징적인 의미도 강했다. 난 그림을 통해 그 속에 숨은 평화를 표현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신 작가의 백령도 생활이 그리 쉽지는 않았다. 서해 5도와 그 주변 섬을 넘나들면서 온종일 걷기만 한 적도 있었고 그림 그리는 것 때문에 새벽부터 자정까지 한자리에 꼼짝하지 않고 머물기도 했다. 북한과 군사 경계지역인 서해 5도는 사람이 들어갈 수 있는 지역이 많지 않고 제한도 많아 기회가 올 때 놓쳐선 안 되기 때문이다.

신 작가는 "소연평도에는 물때에 따라 인근 작은 섬인 갈매기섬과 이어지는 길이 생기는데 그 시간에 맞춰 그림을 그릴 때가 가장 재미있었다"며 "서로 섬을 바라본 시각에 따라 2편의 작품을 연이어 그렸는데 작품이 끝나고 그림을 전시해 보니 한 자리에서 양쪽 섬을 볼 수 있는 재밌는 전시가 됐다"고 말했다.

신 작가는 백령도를 떠나오면서 한가지 고민을 안고 왔다. 그는 "백령도의 백령병원을 보수해 건립하기로 했던 종합예술센터가 무산될 위기"라며 "백령도를 떠나와도 걱정이 계속된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가 끝나면 그는 또다시 바다와 섬을 찾을 계획이다. 신 작가는 "전라남도 해남군에 내려가 또 다른 바다 풍경을 담고 싶다"며 "이번 전시회의 소재인 서해 5도처럼 또 무언가 새로운 도전이 될 것 같아서 무척 설렌다"고 말했다.

안동 전종훈 기자 cjh49@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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