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부실'방만 공공기관의 임금 인상 해준다고 내수 살아날까

정부가 내년 공기업과 준정부기관 등 공공기관 직원 임금을 공무원 보수 인상률과 동일하게 3.8% 올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공공기관 임금 인상률은 이르면 다음 달 '2015년도 공기업'준정부기관 예산편성지침안'에 반영돼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서 확정될 예정이다. 이번 공공기관 임금인상률 3.8%는 2012년 이후 3년 만에 최고 수준이 될 전망이다.

정부가 이렇게 공공부문 임금인상 폭에 무게를 싣는 것은 이를 통해 민간 기업의 임금 인상을 유도하면서 경기활성화의 핵심인 '소득증대'를 꾀해 보겠다는 전략이다.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임금이 오르지 않으면 경제가 살아나지 않는다. 공무원도 임금을 3.8% 올리는데 민간 기업도 그 정도는 올려야 하지 않겠나"라는 발언을 한 연장 선상이다.

임금 인상을 통한 가계소득 증대로 내수를 일으키면서 경제 회복 효과를 이끌어내려는 정부의 고심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그러나 이같이 공공부문 임금부터 슬쩍 끌어올리는 일이 국민 정서와 기업 현실에 얼마나 부합할지 의문이다. 최근 감사원 감사에서도 지적되었듯이 도덕적 해이에 빠져 있는 공기업의 방만한 경영과 성과급 잔치는 국민적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다.

과다한 부채와 부진한 실적에도 고연봉에 복리후생비까지 챙기며 국민의 혈세로 돈 잔치를 벌여온 공기업에 대해 과감한 개혁의 칼날을 겨누어도 시원찮은 판국에 또 임금 인상이라니 말이나 되는 소리인가. 그렇게 되면 공기업들은 체질 개선보다는 공공요금 인상으로 부실경영에 대한 부담을 서민에게 전가할 것이며, 이렇게 늘어나는 가계부담은 결국 정부가 노리는 임금 인상 효과를 상쇄하고 말 것이다.

기업도 지금 임금 인상을 할 형편이 못된다. 지난해 우리나라 제조업체의 매출액 증가율이 0.5%로 사상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이는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의 0.7%보다도 낮은 것이어서 우리나라 제조업의 성장이 사실상 멈췄다는 얘기도 나온다. 대내외적인 악재로 생존 자체가 흔들리는 기업에 정부가 임금 인상까지 압박하면 기업환경이 더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공공 부문 임금 인상 방침을 재고(再考)하고 혁신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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