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자고 나면 원룸…혁신도시는 원룸 도시?

기러기 아빠 수요 겨냥 신서 작년 22건서 올 151건, 김천도 1인 주거형 100여호

20일 오전 대구 동구 신서혁신도시 입구. 새로 난 도로 옆 1.5㎞ 구간에 원룸들이 꽉 차 있었다. 거푸집 등 신축 중인 곳도 많아 대단위 원룸 지구처럼 보였다. 대구 동구청 관계자는 "지난해보다 혁신도시에 원룸 건축 신청 건수가 3배 이상 늘었다"고 밝혔다.

대구 신서혁신도시와 김천혁신도시에 원룸과 주거형 오피스텔 건립 붐이 일고 있다. 혁신도시에 공공기관이 속속 입주하면서'기러기' 아빠를 겨냥한 수요가 원룸 공급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동구청에 따르면 지난해 22건이던 원룸 건축 허가가 올해(9월 말)에는 151건으로 증가했다.

동구청 관계자는"혁신도시가 기회의 땅으로 불리면서 기존 지주와 신규 투자자들이 대거 원룸을 지었다"며 "대부분 원룸들이 1층에 상가를 두고 2층부터 임대용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볼 때 혼자 이전하는 혁신도시 종사자를 겨냥한 임대수요 목적으로 보인다"고 했다. 신서혁신도시에 11개의 공공기관이 모두 이전하면 3천600여 명의 인원이 대구로 옮겨오게 된다.

혁신도시에 원룸이 우후죽순 들어서면서 공급과잉 우려가 일고 있다. 현재 혁신도시 이주 근로자 중 가족 동반율은 24%에 그치고 있지만 도심 내 주거지를 정하거나 가족 동반자가 늘 것으로 예측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감정원 이모 씨는 "서울과 수도권의 생활을 정리할 수 없어 가족을 두고 왔지만 내년쯤 분당에 있는 가족이 내려올 예정이다"며 "회사 정책도 그렇고 대부분의 동료들이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다"고 했다.

한국도로공사를 비롯한 12개 공공기관 임직원 5천여 명이 이전하는 김천혁신도시도 마찬가지다. 1인 거주형 오피스텔 100여 호가 건설 중이며 앞으로도 상당수의 오피스텔 건립이 예정돼 있다.

최근 3년간 혁신도시와 인접한 덕곡동에도 건축허가가 난 원룸은 모두 50여 개 동 685가구에 달한다. 특별한 인구 유입 요인이 없는 덕곡동에 이처럼 원룸이 늘어난 것은 혁신도시 직원을 겨냥한 때문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미 동대구역 주변에 주거형 오피스텔이 공급과잉 현상을 빚고 있는 데다 혁신도시 근로자들의 가족단위 이주가 시작되면 자칫 원룸이 '애물단지'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신서혁신도시 한 공인중개사는 "원룸 건립 붐이 일면서 공실률이 높다. 이러다 보니 TV 등 가전제품을 놔주고 1년 계약을 하면 한두 달 방값은 공제하는 등 임차인 유치 경쟁이 치열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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