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아내요? 가장 든든한 파트너이자 가장 무서운 라이벌이죠."
아내 또는 남편과 함께 일하는 직장은 어떨까? 특히 경찰처럼 특수한 직장이라면 더욱 색다르지 않을까? 포항남부경찰서에는 치열하고 숨 가쁜 사건 현장 속에서도 알콩달콩 사랑을 키워가는 4쌍의 부부 경찰과 2쌍의 예비부부 경찰이 있다. 경찰끼리의 결혼은 드물지 않지만 이들처럼 같은 경찰서에서 근무하는 건 흔한 일이 아니다. 주위 시선이 부담스러워서 또는 업무 효율성 등을 이유로 서로 다른 근무지에 배치되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포항남부서에는 교통조사계 여한영(43) 경사와 보안계 김정숙(37) 경사 부부, 정보계 이상헌(32) 경장과 경비작전계 김령희(32) 경장 부부, 방범순찰대 김태영(34) 경사와 수사과 경제팀 김우주(35) 경사 부부, 수사과 지능팀 김태규(40) 경사와 경제팀 이미정(35) 경사 부부 등 4쌍이 근무 중이다. 가장 베테랑은 여한영 경사와 김정숙 경사 부부다. 지난 2002년 7월 같은 파출소 선'후배로 만나 자연스레 가까워진 그들은 2005년 1월 백년가약을 맺었다.
"경찰이 된 후 첫 근무지로 형산파출소에 배정됐는데 그때 처음 남편을 만났죠. 함께하는 시간도 많고 고민도 털어놓다 보니 어느새 사귀고 있더라고요. 지금 생각해보면 아무것도 모르는 사회 초년병인 저를 남편이 얼른 낚아챈 것 아닐까요."
김정숙 경사는 부부 경찰의 장점에 대해 "아무리 날고 기어도 결국에는 내 손바닥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라며 웃었다. 연예 초기 야간근무를 마치고 데이트를 하느라 차 안에서 하루 종일 잠만 자거나, 갑작스러운 비상근무에 아이들을 맡길 곳이 없어 친정어머니의 손을 빌리기도 했다. 그래도 서로가 있어 힘들고 지친 마음을 나눌 수 있었다.
다른 부부 경찰관인 김태규 경사와 이미정 경사는 워낙 잦은 비상근무 탓에 아예 친정집 신세를 지고 있다. 지난 2004년 9월 체포술 훈련에서 같은 조로 만나 사랑을 키워간 이들은 7개월 만인 2005년 4월 결혼식을 올렸다. 하지만 잦은 비상근무와 야간, 교대근무 등 불규칙한 생활은 세 아이를 키우며 살기엔 힘든 조건이었다. 결국 두 사람을 보다 못한 친정부모님이 경남 합천에서 포항으로 이사와 아이들의 육아를 돕고 있다.
"어쩌다 부부싸움을 해도 어차피 직장에서 계속 얼굴을 마주치니 금세 화해할 수밖에 없죠. 서로 배려와 양보를 할 수 있어 가장 좋은 것 같아요."
오는 12월 14일에는 형사계 최익수(31) 경장과 정보계 여혜진(30) 순경이 새로운 '부부 투갑스'로 탄생할 예정이다. 오천지구대 정병진(29) 순경과 여성보호계 권은정(30) 순경도 내년 1월에 날을 잡았다. 최 경장 예비부부는 젊은 커플답게 서류를 건넬 때 손가락에 하트를 그린 '암호'를 주고받거나, 야간 근무 때 몰래 커피를 놓고 가며 풋풋한 사랑을 키워가고 있다.
"주위에서는 저희를 두고 짓궂은 농담을 많이 하죠. 그래도 무엇이 힘든지, 업무는 어떻게 하는지 등을 조언해줄 수 있어 좋은 것 같아요. 불편한 상관이나 동료들에 대한 불만도 공감이 되니 좋고요. 항상 든든한 파트너가 옆에 있다는 점, 그것이 부부 경찰의 가장 멋진 점이 아닐까요."
포항 신동우 기자 sdw@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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