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심후섭의 "옛날 옛적에…"] 세 가지 소원

얘야, 누가 너의 소원을 들어줄 테니 세 가지만 말하라고 하면 너는 어떤 소원을 말하겠니?

옛 프랑스 어느 바닷가 마을에 조그마한 식당을 하고 있는 부부가 있었대. 그러나 음식 맛이 좋아서 그런대로 남부럽지 않아 살아갔어.

그런데 어느 날 이 마을로 한 귀족 부인이 요란한 마차를 타고 나타났어.

"어머, 나도 백작 부인이 되고 싶어."

식당 안주인은 밖을 내다보다가 그만 마음이 싱숭생숭해져 중얼거렸어.

'내가 만약 백작 부인이라면 이따위 식당일은 하지 않아도 맛있게 구운 소시지랑 크림 수프를 마음껏 먹을 수 있을 텐데…. 어디 그뿐이냐? 금빛 마차를 타고, 레이스 달린 드레스도 입을 수 있을 텐데!'

식당 안주인은 화려한 옷을 입고 무도회에서 춤을 추는 생각에 빠져 그만 굽고 있던 빵을 다 태우고 말았어.

"아이고, 이거 무슨 냄새냐? 음식을 다 태우네."

바깥일을 하다가 점심때가 되어 막 돌아온 남편이 역정을 내었어.

그때였어.

살랑! 팟!

아름다운 천사가 향기를 내면서 나타났어.

"그처럼 원한다면 지금부터 세 가지 소원을 말하세요. 다 이루어질 것입니다."

"뭐뭐? 소원 세 가지를 들어준다고! 여보, 여보! 무슨 소원이 좋을까요? 그래 귀족 부인이 되게 해 달라고 해야지."

그러자 남편이 참견을 하였어.

"귀족 부인이 되면 뭘 해? 건강하지 않으면 다 소용없어. 오래 살게 해달라고 빌어야지."

"아니에요. 귀족 부인이 되어 이 지긋지긋한 오두막을 떠나고 싶어요."

"뭐라고? 헛소리 그만하고 먹을 거나 내놓아. 나 지금 배고파."

"아이고, 답답해. 그까짓 소시지! 뚝 떨어져라."

그러자 정말 하늘에서 한 사람은 제대로 들 수도 없을 정도로 커다란 소시지가 툭 떨어지는 것이었어.

"아니, 아니! 아까운 소원 하나를 날려버렸네!"

화가 난 안주인이 가슴을 탕탕 쳤어.

그러자 남편도 화가 나서 외쳤어.

"그까짓 소시지라니! 당신 코에나 가 붙어버려라."

그러자 소시지가 휙 날아가더니 정말 안주인의 코에 턱 붙어버리고 말았어.

"아이쿠, 이게 뭐야? 무거워 고개를 들 수조차 없네."

"아아! 이제 한 가지밖에 남지 않았네."

남편은 속이 상했지만 마지막 소원을 떠올려보았어.

'커다란 집을 달라고 해 볼까? 농장을 달라고 해 볼까?'

"아, 뭐해요? 빨리 소시지를 떼어달라고 해야지. 내가 평생 이 무거운 소시지를 코에 달고 살아야겠어요?"

"참, 그렇군! 소시지야, 떨어져라!"

마침내 소시지는 떨어져 나갔어요.

"그래, 모든 게 다 꿈이다. 부지런히 일을 하면서 살아야지, 쓸데없는 욕심을 부리는 게 아니었어."

두 사람은 다시 옛날처럼 부지런히 일을 했단다.

그래, 유럽 민화인 이 이야기는 우리가 어떠한 자세로 살아야 하는가를 가르쳐주고 있구나.

심후섭 교육학박사'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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