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는 최고의 지도자가 될 인재를 선발하고 교육시키는 일에 정말 최선을 다하는가? 현재 대학입학제도는 지도자의 자질과 능력을 제대로 식별하고 있는가? 아니면 우리의 방법에 부족함이 있는가? 다시 말해 우리가 어떤 제도를 사용하든지 벌레 먹은 사과를 얻을 수밖에 없는 걸까? 아니면 사과를 고르고 나누는 방식에 문제가 있는 걸까? (로버트 스턴버그의 '입시가 바뀌면 인재가 보인다' 중에서)
초등학생은 중학생이 되고, 중학생은 고등학생이 되고, 고등학생은 대학생이 됩니다. 우리나라의 비극적인 현상은 대학생이 되는 순간, 모든 것이 결정된다는 믿음에 있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믿음은 검증된 사실이라기보다는 편견이라는 데에 더욱 큰 문제가 있습니다. 편견은 또 다른 편견을 야기합니다.
최근 뉴스에 대학 내부에서 존재하는 카스트 제도에 대한 보도가 있었습니다. 대학별, 학교별, 학과별, 지역별 서열화를 넘어 정시모집인지, 수시모집인지, 지역균형인지 하는 서열화로까지 나아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성급한 일반화에 대한 우려도 있지만 아니 땐 굴뚝에 연기가 나지는 않는다는 것을 생각하면 일정 부분 사실일 것입니다. 누차 강조하는 것이지만 서열화에는 끝이 없습니다. 이기적 유전자와 욕망의 원리가 작동하는 곳에서는 더욱 세분화한 서열화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습니다.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가 서열화로 인해 난도질을 당한다면 사회 자체의 존립이 어려워집니다.
대학 서열화는 사회적 직업의 서열화로 인한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직장으로 가는 방향의 차이가 대학 서열화를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대학에 들어가는 방향의 차이가 초'중'고교의 서열화를 만들어내듯이 말입니다. 결국 방법은 하나인 셈입니다. 직장에 대한 인식의 변화, 또는 취업 문화의 개선이 이러한 부정적인 문화를 바꿀 수 있는 지름길입니다.
지난 7월 16일 서울 서초구에서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LG전자의 인사 담당자가 자기 기업의 채용정보 및 전략을 소개했다고 합니다. 기업의 채용기준이 이제는 지원자가 '어느 대학을 졸업했는지, 토익 점수가 몇 점인지'보다 '맡은 일을 얼마나 잘할 수 있는지'로 바뀌고 있다고 했습니다. 인사 담당자가 강조한 인재는 '몰입, 창조, 소통의 가치 창조인(삼성전자), 위기를 기회로 삼을 수 있는 인재(현대자동차), 창의성과 전문성을 두루 갖춘 인재(LG전자)'였습니다.
하지만 세상은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 같습니다. 여전히 입시 관련 컨설팅은 호황을 누리고 있고, 그들이 광고하는 핵심은 좋은 대학에 들어가는 것입니다. 진정으로 깨달아야 하는 사람은 입시 관련 컨설팅업자가 아닙니다. 그들은 이윤을 추구하는 사람들이니까 탓할 수 없는 것이지요. 다만 그것에 의지하는 학부모는 생각을 바꾸어야 합니다. 현재의 입시 중심 교육은 최소한 기업이 요구하는 '몰입, 창조, 소통, 위기 극복, 창의성, 전문성' 등을 갖추게 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합니다. 초등학생이라면 최소한 20년 정도는 지나야 사회에 진출할 터인데 지금 바로 요구되는 성적에 목을 매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일까요?
사회 변화의 속도는 엄청납니다.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그런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기보다는 어떤 변화에도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내면의 힘을 갖추는 것입니다. 어쩌면 그것이야말로 현재 기업도 요구하는 진정한 인재상이 아닐까요? 우리 교육의 역사는 부끄럽게도 입시 제도의 역사이기도 합니다. 입시 제도에 대한 논의는 해묵은 논쟁입니다. 그럼에도 언제나 제자리를 맴돕니다. 지난날의 교육 신화만 믿고 생각의 변화가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변화는 작은 부분에서 시작됩니다. 나부터, 그리고 당신부터 시작해보실래요?
한준희 대구시교육청 장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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