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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칼럼] 지방 도시재생사업이 성공하려면

요즘 '도시재생'은 전국적인 유행어가 되고 있다. 전국적으로 도시재생이라는 이름으로 각종 국책사업과 지자체 사업이 추진되고, 도시재생 관련 주체도 속속 설립되고 있다. 물리적 재생을 넘어 문화재생, 산업재생, 환경재생과 같은 생소한 분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내년 예산책정 과정에서 더 많은 사업들이 도시재생을 명분으로 험난한 심의 과정을 거치게 될 것이다.

저성장 시대와 개발과 공급의 과잉 시대에 돌입하면서 더 이상 과거의 방식으로는 개발사업과 정비사업이 추진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도시재생은 유행이기에 앞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고 바람직한 방향임은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최근의 도시재생사업은 지자체가 정부의 지원금 따먹기 명분이나 개발사업의 또 다른 포장이 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우려가 있다.

이러다 도시재생사업이 한때 도시정책에서 유행했던 뉴타운사업, 마을 만들기, 창조산업, 녹색성장의 전철을 밟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국토해양부는 지난해 통과된 도시재생특별법에 따라 공모를 거쳐 경북 영주 역전사업과 대구의 행복문화마을 조성사업 등 13곳의 도시재생 선도지역을 지정했다. 도시재생사업의 상징적이자 시범적인 사업이 드디어 착수된 것이다. 국토부는 지자체가 수립하는 도시재생전략계획과 활성화 계획에 따라 2016년부터 매년 35개 정도의 도시재생사업을 신규로 지원할 계획이다. 그렇다면 앞으로도 우리나라의 도시재생사업은 정부의 도시재생사업 지원금을 받기 위한 계획수립과 공모방식을 반복한다는 얘기다.

시범사업에서는 정부가 주도해 좋은 사업모델을 발굴'확산시킬 필요는 있다. 그런데 매년 예산지원 대상사업을 공모방식으로 선정하게 되면, 계획을 수립할 때부터 어떻게 심사를 통과할 것인지를 고려할 수밖에 없다. 미인대회가 획일적인 미인의 기준을 강요하듯이 다양성과 차별성을 중시하는 도시재생사업에서 정부가 미리 정한 방향과 기준을 지방에 강요할 우려가 있다.

선도사업의 지원은 2017년까지 4년간 이루어진다. 올해 9월까지 완료해야 내년도 예산을 지원하게 되어 있다. 다양한 주체가 참여해야 하는 도시재생사업임을 고려하면 의견을 수렴하기도 모자라는 시간이다. 시범사업이니 단기간에 성과를 내서 다른 지역으로 확산해야 한다는 사정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이렇게 조급하게 만들어진 성과를 다른 지역에서 반복하도록 강요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정부는 지방의 도시재생 주체에 대한 불신과 이 사업의 실패에 대한 불안감을 없애야 한다. 과거 대규모 택지개발사업이나 주택건설사업과 달리 지역마다 다른 특성을 지닌 도시재생사업은 정부나 국가공사보다 지자체와 주민들이 훨씬 더 잘할 수 있다는 점을 믿어야 한다. 이 과정은 지난한 과정이고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 어렵기 때문에 지역단위에서 도시재생사업을 주도할 수 있는 거점조직이 필요하다. 상명하달과 순환보직, 연단위 인사고과를 특징으로 하는 공무원과 공기업 직원은 이 사업을 책임지기 어렵다.

무엇보다 도시재생사업은 기존의 도시정비사업의 다른 이름이 아니라, 접근법과 추진 주체가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도시정비사업이 수익성이 있는 지역에서만 가능한 부동산 개발사업이었다면, 도시재생사업은 자력 기반이 없는 쇠퇴지역을 공공이 지원을 통해 활성화하는 사업이다. 그렇다면 어떤 지역이 가장 쇠퇴하였고, 공공이 어떤 지역을 우선적으로 지원해서 주거환경과 사업여건을 개선해야 하는가를 국민 누구나 믿을 수 있는 기준으로 선정해서 제시해야 한다. 우선 지역을 대상으로 주민들이 원하는 방식과 내용으로 개선하는 모델을 찾아내야 한다.

도시재생사업이 또 다른 정부 발주사업이나 부동산 개발사업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개발 이익이 해당 지역에 귀속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과 투자가 마을의 공동자산으로 축적될 때 마을공동체가 활성화되고 공공성이 확산될 수 있다.

도시재생사업은 말 그대로 도시가 새로 태어나도록 하는 중요한 사업이다. 과거와 같은 개발시대의 괴물이 다시 태어나지 않도록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시기이다. 사유재산권을 키우는 데 목표를 둔 도시재생사업은 절대로 좋은 도시를 만들 수 없다.

변창흠/세종대학교 교수·한국도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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