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진현철의 별의 별 이야기] '우리는 형제입니다'배우 김성균

첫 주연 작품… "연기하면 재미있겠다는 생각뿐이었죠"

인상을 쓰면 무섭고, 눈빛에 독이 서려 있던 게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영화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에서 하정우의 오른팔로 등장했던 그는 영화 '이웃사람'에서는 살인마로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이후 행보도 비슷했다. '박수건달'에서는 조폭이었고, '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에서도 청부살인 등을 일삼는 악인이었다. 배우 김성균(34) 얘기다.

악역으로만 규정될 것 같던 그는 어느새 '포블리'(삼천포+러블리)가 됐다. 동안이 아니건만 드라마 '응답하라 1994'(이하 응사)에서 18세 삼천포를 연기해 충격을 줬다. 하지만 뜻밖에(?) 시청자들의 환호를 받았다. 김성균은 당시 반응이 좋았지만, "한편으로는 걱정했었다"고 털어놨다. 이유는 그가 이제껏 쌓아놓은 이미지 때문이었다.

"사실 '응사' 1회 방송이 되기 전까지도 고민했어요. 내 모든 것을 잃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거든요. 무의식중에 나도 '내 길은 악역, 악역이 내가 먹고 살아가야 하는 길'이라고 생각했나 봐요. '다양한 악역을 해서 내 길을 가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응사'를 촬영하면서 '이것 잘못되면 악역도 못하고 내가 살아갈 길이 없어지는 것 아닌가?'하는 고민이 계속 이어졌죠."(웃음)

김성균은 "다행히 1회부터 시청자들의 반응이 괜찮아서 배역에 점점 빠져 들어갈 수 있었다. 내일 대본은 어떻게 나올지 기대하게 됐고, 다른 고민은 없었다. 걱정을 내려놓자는 생각을 했다"고 회상했다.

'응사'는 대박이 났지만 김성균은 또 다른 고민이 생겼다. "이제는 '응사' 끝나고 뭘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사람들이 나만 보면 그냥 웃었거든요. 나이가 35세인데 '귀엽다'고 하니까 이상했죠. 이런 역할로 사람들이 기억하는데 그렇다고 20대 초반의 역할로 계속 갈 수도 없고, '난 원래 악역이었어'하면서 눈에 힘을 다시 주면 사람들이 콧방귀 뀔 것 같았어요. 적당한 작품 뭐가 없을까 했는데 '우리는 형제입니다'가 나타났죠. 제가 맡은 하연이 부족하지도 과하지도 않은 캐릭터라고 생각했어요."

장진 감독의 '우리는 형제입니다'는 30년 동안 헤어졌다가 극적으로 상봉한 두 형제 상연(조진웅)과 하연(김성균)이 사라진 엄마를 찾기 위해 전국을 누비며 형제애를 찾아가는 이야기를 그린 힐링 코미디. 그간 범죄자와 귀여운 청년이라는 극단의 연기를 보여줬던 김성균의 중간 지점을 보여주기에 적합한 작품이다.

김성균은 특히 "내가 어릴 때 동경하던 연출가였던 장진 감독과 작업해 신기한 생각뿐이었다"고 좋아했다. "10년 전 동경했던 분과 술도 한잔하면서, 작품 얘기하니 재미있었다"며 "연극을 하는 동료들은 '와, 진짜? 장진 감독님과 작업한다고?'라는 반응도 있었다. 또래 연극배우들은 부러워하더라"고 자랑스러워 했다. 연극배우들에게 장진 감독은 신과 같은 존재였을까? 김성균은 "그건 아니었다"고 웃으며 바로 잡는다.

누구는 장진이 과거의 감각을 잃어버렸다고 하나, 김성균은 좋아하던 장진 감독을 믿고 따랐다. "장진 감독은 위트 있고 아이디어를 끊임없이, 화산처럼 생성해낼 것 같다고 생각했다"는 그는 "내 생각과 맞아떨어졌다. 특히 놀란 건 일상에서 가정적이고 아내와 아이를 챙기는 모습을 본 것"이라고 했다. "솔직히 가정에 소홀할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아내와 아이를 챙기는 모습을 보고 초능력자라고 느꼈다"고 감탄했다.

김성균은 이번이 주연을 맡은 첫 작품이다. 비중이 커졌다는 말로 대신할 수 있다. 조진웅과 투톱, 감흥이 남달랐을 것 같다. 그는 "솔직히 어떤 감흥은 없었다. 연기하면 재미있겠다는 생각뿐이었다. 평상시 하던 대로 했다"며 "물론 개봉을 앞두고 부담이 생겼고, 두근거리기도 한다. 예매사이트를 국내 증시 보듯 자주 봤다. 또 장진 감독님과 진웅이 형이 홍보 스케줄을 소화 못 해 나만 나오니 소년 가장이 된 느낌이다. 어깨가 무거워졌다"고 웃었다. 다행히 반응이 좋다.

김성균은 자신이 욕심 많다고 했다. "센 캐릭터를 연기할 때는 춥고 힘드니까 실내에서 밥 먹고 대사하는 연기 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얼굴에 피 안 묻히고 달달한 것 하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죠. 그런데 '응사'에서 식탁에서 밥 먹고 웃으며 연기하니 얼굴에 피 묻히고 싶다는 생각에 몸이 근질근질하더라고요. 사실 제가 욕심도 많고, 질투도 많아요. 연기 잘하는 배우들 보면 질투도 심하다고 할까요? 나 외에 다른 모든 배우가 다 연기를 잘하는 것 같다니까요."(웃음)

그는 "사실 '응사' 때의 인기가 적응이 안 됐는데 '응사'가 끝나고 그 반응이 잠잠해지고 편안해지니 약간 서운한 감도 있다. 얼마 지나지 않았지만 행복하고 감사한 때였다고 생각했다"며 "TV를 보면 연예인들이 '믿고 사랑해주는 팬들 감사합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라는 말을 했을 때, '거짓말!'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나를 응원해주고 선물도 건네주시는 분이 생기니 진짜 그런 생각이 들더라. 가족 바라보듯 해주는 마음들이 정말 고마웠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범죄와의 전쟁'의 윤종빈 감독이 발탁했고, 배우 하정우가 현 소속사인 판타지오에 소개해 이후 탄탄대로를 걷고 있는 김성균. 그는 "난 운이 좋은 것 같다. 좋은 사람을 많이 만난 것도 좋다. 복합적으로 모든 게 다 좋은 작용을 한 것 같다"고 즐거워했다. 그러면서 "많은 후배가 정우 형을 동경의 대상, 목표의 대상이라고 생각한다. 나 역시도 그랬던 적이 있다. 하지만 갈 길이 다르다고 생각한다. 하정우라는 배우의 뒤를 쫓아가기보다는 열심히 하다 보면 또 다른 어떤 나만의 뭔가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짚었다.

들뜨지 않아야 하는 것도 배웠다. "정우 형이 마음을 진정시키는 약을 주더라고요. 영화 '허삼관 매혈기' 출연 때문에 영화사 사무실을 갔는데 허브로 만든 천연 생약을 건넸죠. 그때 한창 '응사'가 이슈됐을 때였어요. 그런데 그 약을 다 먹기 전에 '응사' 열기도 없어졌어요. 사람들이 이제 편안하게 생각하더라고요. 그 약이 필요 없었죠."(웃음)

그는 "지금 당장 해야 할 것만 생각하고 걸어왔는데, 지난 3년의 세월이 훅 지나갔다"고 밝혔다. 누군가가 보기에는 어떤 생각을 하고 다양하게 연기해온 것 같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그는 "어떤 신경을 쓰고 달려오진 않았다"고 했다. 앞으로도 어떤 의도로 연기를 할 것 같진 않다. 소속사에도 "주인공이 아니더라도 괜찮으니 많은 연기를 하고 싶다고 이야기했다"고 한다. 가장 달라진 건 뭐냐고? "통장 잔고가 많아진 것 정도요?"라고 웃는 남자. 얼마 전 TV 인터뷰에서 "아내가 택배를 많이 시킨 것도 달라진 것"이라고 했는데, 김성균은 "와이프가 그 인터뷰를 보고 뭐라고 했다"며 "'재미있으라고 한 얘기였다'고 해명하며 간신히 달랬다"고 웃었다. 연기를 보면 볼수록, 말을 들으면 들을수록 매력을 가진 배우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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