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역 대학병원들마다 오는 12월 전공의(레지던트) 모집을 앞두고 내과 전공의 수급에 비상이 걸렸다. 여의치 않을 경우 사상 초유의 내과 전공의 미달 사태까지 우려된다.
지역 의료계는 의학의 뿌리를 이루는 내과 전공의를 확보하지 못하면 의료의 근간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내과 전공의 수급 문제는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정원을 채우고도 남던 내과 전공의 지원자를 찾지 못해 애를 먹고 있는 것이다. 전통적으로 주요 학과로 꼽히는 '내외산소'(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과) 중 유일하게 전공의 수급에 어려움이 없던 내과까지 위기에 처한 셈이다.
대학병원의 경우 관행적으로 전공의 모집을 앞두고 각 과별로 희망자를 미리 조사한다. 선호하는 과에 지원자가 몰려 경쟁을 벌이는 상황을 막기 위해서다.
경북대병원의 경우, 내년도 내과 전공의 정원으로 12명을 대한병원협회 병원신임위원회에 신청했다. 그러나 현재까지 지원 희망자가 정원에 못 미치는 상황이다. 올해 내과 전공의는 13명 정원에 17명이 지원한 것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가정의학과와 마취통증의학과, 정신건강의학과 등은 지원 희망자가 정원보다 많다.
계명대 동산병원의 경우 7명을 정원으로 잡았지만 희망자는 1명이 부족한 상태다. 반면 마취통증의학과와 정신건강의학과는 희망 경쟁률이 2대 1을 보여 정리하는데 애를 먹었다. 피부과나 성형외과 등도 현재 2대 1의 경쟁률을 보이고 있다.
동산병원 관계자는 "정원 미달이 될 경우에 대비해 대체 인력 등도 고려하고 있다.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내과 지원자가 계속 줄 것으로 예상돼 고민이 크다"고 했다.
대구가톨릭대병원도 고민에 빠졌다. 내년도 신청한 내과 전공의 정원은 6명이지만 희망자는 절반인 3명에 불과하다. 반면 소아청소년과의 경우 2명 정원에 5명이 지원을 희망했고, 마취통증의학과는 정원인 3명보다 희망자가 1명 많은 상황이다. 영상의학과는 2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고 있다.
대구가톨릭대병원 관계자는 "정식 모집 기한에는 어떻게든 정원을 채울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교수들이 당직 근무를 서는 등 힘을 보태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영남대의료원도 내과 정원 8명을 신청했지만 인턴을 대상으로 실시한 요구도 조사에서 정원보다 희망자 수가 못 미쳤다. 정신건강의학과나 재활의학과, 성형외과 등은 경쟁률이 2대 1을 보이는 상태다. 모집 기한 전까지는 정원을 채울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현재 분위기에서는 여의치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대학병원들이 어려움을 겪으면서 전공의를 외부 지원에 의존해야 하는 종합병원들은 직격탄을 맞았다. 대구파티마병원의 경우 올해 내과 전공의를 구할 수 있을지조차 의심스러운 상황이다. 전공의 수급에 어려움을 겪던 대구파티마병원은 전공의 확보를 위해 업무협약을 맺자고 경북대병원에 제안했지만 경북대병원이 난색을 표하면서 무산되기도 했다.
이처럼 내과가 위기를 겪는 이유는 정부 정책과 관련이 깊다는 분석이다. 정부가 선택진료비를 축소하는 대신 중증환자 위주의 보상책을 마련하고, 중증 관상동맥질환자의 스텐트시술(좁아진 혈관을 넓히기 위해 그물 모양의 스텐트를 집어넣는 것)을 흉부외과 전문의와 협진하도록 의무화하는 등 내과에 불리한 정책을 잇따라 내놓으면서 내과가 직격탄을 맞았다는 것이다.
달라진 사고방식도 이유로 꼽힌다. 요즘 의과대 학생이나 인턴들의 경우 응급 상황이나 당직을 기피하고, 환자들의 사망을 봐야 하는 전공과목을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
경북대병원 관계자는 "의학전문대학원생의 절반이 외지 출신인데다 인턴들도 육체적, 정신적으로 힘들고 수입이 적은 전공과목은 선택하지 않으려 한다"면서 "내과도 과거와 달리 스텐트나 내시경 등 생명과 직결된 전문적인 시술이 많아진 것도 원인으로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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