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의 결정에 따라 현행 선거구는 사뭇 달라질 수밖에 없다. 인구만 생각하면 쉽사리 단일 선거구로 조정할 수 있는 지역도 생활문화권이 달라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칠 가능성이 높고, 인구가 적은 군 단위의 경우 어느 곳과 합쳐져야 유리한지를 두고 저울질이 필요하다.
◆영천은 단독 선거구 사라질 위기, 경산'청도는 선거구 나눠야
전국 최소 선거구인 영천시의 경우, 2016년 4월 13일 제20대 총선에서 단독 선거구가 사라질 가능성이 가장 높아졌다. 올 9월 기준 인구 10만622명인 영천은 인근 시'군과 선거구를 합쳐야 하기 때문이다. 영천 인구는 2010년 10만3천190명, 2011년 10만4천182명, 2012년 10만1천798명, 2013년 10만778명, 2014년 9월 10만622명 등으로 매년 줄고 있다.
경산'청도선거구는 인구 상한(27만7천966명)을 넘어 선거구 분할 대상이다. 9월 말 현재 경산의 인구는 25만8천428명, 청도는 4만3천959명이다. 이에 따라 경산은 단독 선거구로 남을 수 있지만 청도는 다른 곳과 통합해야 한다. 따라서 청도는 정치권의 이해관계에 따라 게리맨더링의 대상이 될 가능성도 있다. 경산지역 한 정당 관계자는 "현역 국회의원뿐 아니라 지역민의 이해관계 때문에 선거구 조정이 쉽잖을 것"이라며 "단순히 인구만 계산하면 경산을 단독 선거구로 두고, 영천과 청도를 합치면 되지만 두 지역은 지리적 접경이 거의 없다"고 했다.
◆김천, 어느 지역과 합쳐야 하나
이번 헌재의 결정으로 김천시는 직격탄을 맞을 전망이다. 선거구 재편이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지만 현 지역구 국회의원인 이철우 의원조차 감을 잡지 못하고 있다. 이 의원은 "칠곡'성주'고령 선거구 중 성주와 김천을 합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가 "그렇게 되면 칠곡과 고령만 남는데, 두 지역이 서로 떨어져 있어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발언을 취소하기도 했다.
가장 바람직한 방안은 혁신도시로 이전하는 공공기관 임'직원들의 가족단위 이사를 독려해 인구를 증가시켜 단독 선거구를 유지하는 것이다. 이 의원은 "다른 대안으로는 중'대선거구제로 바꾸면서 경북지역 의원 수를 최대한 유지하고, 나아가 양원제 개헌으로 경북지역 대표성을 유지해야 한다. 농촌의 현실을 감안하지 못한 헌재의 탁상 판결이 아쉽다"고 했다.
◆영주, 봉화냐 예천이냐
인구 11만1천96명의 영주시는 봉화나 예천을 편입해 선거구를 유지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일단 생활권이 같은 봉화 쪽이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장윤석 국회의원은 "예천은 안동과 생활권을 이뤄 영주와의 통합이 불가능할 것이고, 봉화가 가장 유력하다"고 했다.
인구 3만4천22명인 봉화지역 유권자들도 내심 기대를 걸고 있다. 그간 생활'문화권이 다른 울진'영덕'영양과 한데 묶여 뭔가 부족한 정치지형을 그려왔기 때문에 이번 기회에 영주와 같은 선거구가 되면 지역 발전에도 상당한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다.
그러나 이런 기대는 동상이몽일 가능성도 크다. 봉화를 포함한 울진'영덕'영양 선거구가 인구 14만4천여 명으로 하한선 기준을 가까스로 충족해 단일 선거구로 남게 됐다. 현역 강석호 의원이 굳이 자기 선거구에 손댈 이유가 없기 때문에 영주로의 편입은 사실상 어렵다.
이럴 경우 영주는 인구 4만5천250명인 예천을 편입해야 한다. 예천지역 정치권 한 인사도 "도청 이전 이후 자칫 예천이 안동에 흡수통합될 수도 있다. 예천은 영주와 한 선거구로 묶는 게 옳다"고 했다. 그러나 문제는 예천 지역민들의 선택이다. 예천 주민들은 벌써부터 "문경과 갈라서야 한다면 차라리 안동으로 편입돼 도청시대를 대비하는 게 맞다"고 말한다.
◆가장 심각한 곳은 의성'군위'청송
군위 2만4천 명, 의성 5만7천 명, 청송 2만6천 명 등 10만7천 명으로 인근 지역으로 갈가리 쪼개지거나 영천이나 예천을 편입시켜 단일 선거구를 유지하는 방법밖에 없다.
김재원 의원은 "헌법재판소 결정을 존중하며 선거구 유지가 안 되더라도 법에 따를 생각"이라는 원론적인 입장만 내놓고 있다. 하지만 속내는 예천을 편입시켜 현역 의원 간 경쟁을 피하는 쪽을 염두에 두고 있다. 그렇다고 해도 예천을 지역구로 가져오기는 사실상 어렵다.
만약 영천과 한 선거구로 묶인다면 현역 의원끼리 경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김재원 의원의 처가가 영천이다 보니 이런 구도도 가능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군위지역 한 정치권 인사는 "군위 주민들 상당수는 구미 쪽 통합을 원하지만 구미에 변수가 없다. 만약 영천이나 상주로 편입된다면 적잖은 반발이 예상된다"고 했다.
의성 주민들은 "의성읍과 안계'다인면 등 동부지역은 오히려 안동으로 통합을 희망한다. 단일 선거구가 안될 바에야 도청시대를 맞아 안동으로의 편입이 맞다"는 반응이다.
◆문경'상주는 한데 묶어도 별 이견 없어
인구 10만3천128명의 상주와 7만5천938명의 문경은 단일 선거구로 묶이는데 별 이견이 없어 보인다. 10여 분 거리로 가깝고, 같은 문화권이라는 공감대가 크다.
양측 주민들 모두 "상주와 문경은 상주지청'상주지원 관할이고, 오래전부터 공동발전 모색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었다"며 "어차피 선거구 조정이 이뤄져야 한다면 상주와 문경을 묶어야 한다. 다른 지역과의 병합은 주민 정서상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김종태 국회의원(상주)을 비롯한 상주'문경지역 차기 총선 출마예정자들도 공감했다. 문경의 한 정치권 인사는 "상주와 문경 후보가 맞붙으면 문경 후보가 불리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다른 지역보다는 낫다. 오히려 시너지 효과를 볼 수 있는 상주 쪽이 낫다"고 했다.
사회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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