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현역 의원들 지역구 지키기 '전쟁' 불보 듯

선거구 획정 내년 내내 진통 예상

헌법재판소가 30일 국회의원 선거구 사이의 인구 차를 최대 3배까지 허용하는 현행 공직선거법에 대해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리자 여의도 정치권은 하루종일 핵폭탄을 맞은 듯 들끓었다.

특히 이번 헌재 결정으로 인해 2016년 총선을 앞두고 선거구 재획정이 불가피하게 되면서 경북과 전남'북 등 지역구가 사라질 위기에 처한 농촌지역 국회의원들의 반발이 극심했다. 결국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은 양당의 기반이 되는 영'호남에서 당내 이해관계의 충돌이 예상되는 등 정치권의 진통이 1년 내내 벌어질 전망이다.

일부에서는 이번 결정이 단순히 선거구 개편 논의에 그치지 않고 소선거구제와 대통령제를 바탕으로 하는 한국의 정치 지형 자체를 바꿔놓을 수도 있다는 해석까지 내놓고 있다.

헌재는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공직선거법상 '선거구 구역표' 개정 시한을 내년 12월 31일까지로 정했다. 이에 따라 국회는 조만간 선거구획정위원회를 꾸리고 선거구 정비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현행 공직선거법에 따라 국회의원 선거구 획정 권한은 국회에 설치되는 선거구획정위에 있다. 선거구획정위는 국회의장이 교섭단체 대표와 협의해 11인 이내의 위원으로 구성된다. 위원은 학계'법조계'언론계'시민단체'선관위가 추천하는 사람 중에 위촉한다. 현역 국회의원이나 정당원 등은 들어갈 수 없다. 선거구획정위는 총선 날(2016년 4월) 6개월 전까지 선거구 획정안을 만들어 국회의장에게 제출해야 한다. 그 안을 바탕으로 국회 정개특위에서 개정안을 확정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선거구획정위가 내놓은 획정안을 정치권이 그대로 따르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국회의원 선거 때마다 국회 산하에 선거구획정위를 구성해 놓고도 정작 본회의 처리 과정에서 이를 무시하고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선거구를 획정해왔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현역 의원의 지역구 존폐가 걸린 중대한 사안인 데다 여야의 유불리가 달라 갈등과 혼란 국면이 발생했다"면서 "결국 선거구획정위 안은 무시된 채 게리맨더링(자의적인 선거구 결정)으로 결정되는 경우가 많았다"고 했다.

실제 19대 총선 직전에도 선거구획정위는 7개 선거구는 분할하고, 12개 선거구는 통합해야 한다는 안을 냈었다. 그러나 당시 여야는 총선을 한 달여 앞두고서야 3개 선거구를 늘리고 2개 선거구를 통폐합하는 내용의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따라서 정치권에선 선거구획정위를 국회가 아닌 헌법기관인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두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새누리당 김문수 보수혁신특별위원장은 선거구 획정문제에 대해 이미 "의원들이 자기 손으로 유리하게 선거구 획정을 하지 않도록 법 개정을 통해 선관위에 맡겨야 한다"고 밝힌 바 있고, 새정치연합 원혜영 정치혁신실천위원장도 "정개특위를 만들어서 국회에서 게리맨더링을 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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