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제칼럼] 투자 유치에도 창조가 필요하다

산업통상자원부 국감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외국인 투자가가 투자를 약속해놓고도 국내로 투자금이 유입되지 않은 외국인 투자비율은 45%에 이른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투자 유보(포기)로 이어진 것은 무려 21조원에 이른다. 실제 투자로 이어진 지역별 투자 비율도 수도권 71%, 비수도권 29%로 외국인투자조차도 지역 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두드러진다.

2009년에서 2013년까지 5년간 전국 17개 시도에 실제 투자로 이어진 외국인투자 도착금액은 393억달러로 신고금액 대비 도착금액 비율은 55%에 불과했으며, 도착금액 기준 100억달러 이상을 유치한 경우는 2012년 단 1회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경북의 경우 최근 5년간 42억100만달러 가운데 26억300만달러가 투자돼 도착비율은 38%에 불과했다. 대구의 경우 최근 5년간 외국인투자 도착비율이 72%로 비교적 높았지만 투자 규모(6억6천600만달러 가운데 4억8천500만달러 도착)가 워낙 적었다.

외국인들의 지역 편향적 투자에서 보듯 외국인 투자 실태의 최대 피해자는 비수도권인 지방으로, 기존의 '조세감면, 현금지원, 입지지원, 보조금지원'과 같은 획일적인 인센티브 제도에 안주할 것이 아니라 각 지방 현실에 맞는 지역특성별 맞춤지원제도를 마련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국내 투자도 마찬가지다. 대기업들의 국내 투자도 수도권 집중이 심각하다. 삼성전자는 최근 경기도 평택의 고덕 국제화계획지구 산업단지에 15조6천억원을 투자해 세계 최대 규모의 최첨단 반도체 라인을 건설키로 했다. 삼성전자 평택고덕산업단지는 총 238만㎡(85.5만 평) 규모로 2015년 상반기 착공 예정이며 2017년 하반기 완공 후 가동에 들어간다.

대구시가 삼성그룹에 오매불망 투자를 구애하고 있지만 거들떠보지도 않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LG그룹, SK그룹, 현대'기아차 등 국내 굴지의 기업들도 수도권에 투자하거나 여의치 않으면 해외에 투자를 하고 있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날까? 기업투자의 궁극적 지향점은 수익 창출과 이윤 극대화에 있다. 기존 시설을 이용하면 생산라인에만 투자하면 될 것이고, 협력(하청)기업이 그곳에 이미 네트워크화돼 있으며 인력수급도 쉽다. 또 수도권은 물류에서도 지방보다 이점이 있다.

그렇다면 대구'경북이 투자유치에서 얻어야 할 해답은 분명하다. 대기업으로부터 기존 제조업에서 투자를 유치하려 한다면 수도권을 당할 수 없는 구조다. 따라서 기존 투자 유치의 틀을 바꿔 창조적 경제에서 투자 유치의 동인(動因)을 찾아야 하고 창조적 투자개념을 도입해야 한다.

최근 경북도와 구미시는 일본 도레이사로부터 1조6천억원대의 '구미 탄소공장 투자'를 이끌어냈다. 이번 투자는 탄소섬유에서 세계적 기술을 보유한 도레이사가 구미5국가산업단지에 추진되는 탄소 소재 클러스터 조성계획과 그 이해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이로써 구미5국가산단은 신소재 생산 거점으로 세계 시장에 새롭게 등장하는 계기가 마련될 전망이다.

국내 대기업들은 물론 글로벌 기업들은 전 세계가 투자처다. 대구'경북보다 훨씬 좋은 입지조건을 가진 곳이 많다. 따라서 대구'경북의 투자유치 전략은 기존 제조업보다는 창조경제와 신수종 사업에서, 또 대구'경북이 강점을 가진 분야에 집중해야 한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기업들의 중장기 투자계획에 대한 정보를 빨리 입수해야 하고, 강력한 인센티브를 제시해야 한다.

한국 원전의 절반이 포진한 경북 동해안은 원자력클러스터다. 원자력에 대한 투자 반감이 강한 상황에서 경북 동해안은 세계 어느 곳도 갖지 못한 강점을 갖고 있다. 대구엔 첨단의료산업과 사물인터넷(IoT'인터넷을 기반으로 모든 사물을 연결해 사물과 사물 간 정보를 주고받는 지능형 기술), 슈퍼소재융합산업, 첨단 IT 소재산업, 물산업클러스터 관련 산업을 유치하면 경쟁력이 있을 것이다. 영천의 항공산업, 안동의 바이오산업 등 지역별로 특화되고 나름 경쟁력 있는 분야에 투자를 집중해야 한다. 투자 유치에서도 다른 지역이 하지 않는, 다른 지역이 관심을 두지 않는 분야에 전력을 쏟아야만 성과를 낼 수 있다.

최명주/포스코기술투자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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