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섬유 "경쟁 걱정"·車부품 "덕 좀 보나"…대구 대표업 희비 갈려

10일 한국과 중국 정상이 만나 한중FTA를 실질적으로 타결하면서 국내 수출기업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됐다. 하지만 대구경북 지역은 주력산업인 섬유가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돼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섬유산업 고사위기

패션산업은 한중 FTA의 수혜업종으로 꼽힌다. 관세철폐로 인해 중국에서 수입해오는 원재료 비용이 줄어들고 한국에서 만든 의류를 팔 때에도 가격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어서다.

하지만 대구의 주력 산업 중 하나인 '섬유'는 이야기가 다르다. 섬유와 원사 등 원자재 사업에서는 중국 제품의 공세로 가격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전세계 섬유 시장에서 수출을 가장 많이 하는 나라는 중국(2011년 기준)이다. 한국은 인도와 터키, 유럽연합(EU), 미국 등에 이어 8위에 올랐다. 한국섬유개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2012년 섬유 수출은 총 156억달러, 수입은 120억달러를 기록하며 36억달러 흑자를 달성했다. 전체 무역수지 흑자(285억달러)의 12.7%를 섬유가 차지했다. 그만큼 국내 섬유산업이 중국에 무너지면 입는 타격은 심대하다.

윤원보 대구경북섬유직물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은 "관세가 철폐되면 값싼 중국산이 국내에 유입되면서 지역의 직물업계가 위협을 받는다"며 "그동안 섬유업계가 한중FTA에서 섬유를 '초민감품목'으로 지정해달라고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

지역의 섬유업계가 우려하는 것은 중국의 기술수준이다. 한국과 중국의 섬유 기술수준이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아 자칫 시장경쟁에서 밀릴 수 있어서다. 섬개연 문종상 본부장은 "현재 섬유 기술 수준은 미국이 1위이며 다음으로 일본, EU가 높은 기술수준을 보유하고 있다. 기술수준이 4위인 우리나라와 중국의 격차는 단 두 단계에 불과하다. 중국은 대만 다음으로 우리나라의 기술을 뒤쫓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 현지 시장을 확대하는 것도 쉽지 않다. 우리 섬유산업은 대만, 태국 등지의 제품과 경쟁이 심화되면서 중국 시장점유율이 2000년 20.3%에서 2011년 11.5%로 하락했다.

섬개연 관계자는 "중저가품은 태국, 대만, 인도네시아 등과의 경쟁심화로 시장잠식상태다. 반면 고부가가치시장은 신기술'신소재 및 디자인 개발 미흡으로 미국, 이탈리아, 일본 등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정부연구기관의 분석에 따르면 한중 FTA로 양국 간 섬유산업의 전면적인 관세철폐시 중국 섬유수출은 2억달러 미만으로 증가하는 반면 중국으로부터의 섬유수입은 약 6억달러 수준으로 늘어 무역적자폭이 매년 4억달러 규모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염색가공 분야의 경우 중국산 염료 수입에서 관세 인하 효과가 어느 정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자동차부품은 다소 수혜

자동차는 쌀과 같이 양허제외 품목으로 분류되면서 완성차 업계는 별 영향이 없을 전망이다. 대구경북자동차부품진흥재단 관계자는 "완성차의 수출 실적이 늘어나야 자동차부품업계도 이익을 누릴 수 있는데 이번 FTA의 경우 자동차가 양허품목에서 제외되면서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자동차부품 및 기계부품은 다소 수혜가 예상된다. 진영R&S 권혁전 대표는 "우리는 이미 중국 현지에 공장을 가동 중이다. 일부 원부자재 수입과 완성부품 수출이 조금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대구상의 설문에 참여한 지역의 자동차부품 82개 업체 중 FTA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한 업체는 37.8%,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한 업체는 45.1%였다. 대구상의 측은 "자동차부품 업계가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보는 이유는 중국산 제품의 수입 가능성이 낮고, 중국산 제품의 품질이 높지 않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대구상의 관계자는 "한국 완성차 업체의 중국 공장은 통상적으로 부품의 30%는 한국에서 조달하고 70%는 현지의 한국 부품업체를 통해 조달한다. 따라서 수출을 하고 현지 공장을 운영하는 기업은 완성차업체가 한국 부품을 수입하든 현지에서 조달하든 기업의 이윤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노경석 기자 nk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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