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과 외환시장이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미국이 통화량 공급의 양적 팽창 정책을 중단하고, 금리 인상시기를 조절하고 있는데, 일본은 추가적인 양적 팽창을 택하였다. 엔화의 가치가 사상 최저치로 하락하고, 일본에 수출하는 우리 기업들이 가격경쟁력을 잃고 기진맥진하고 있다.
미국 금리 인상에 대한 기대와 국제금융시장의 불안감을 반영하여 달러는 강보합세여서 금융시장 당사자들은 혼란스럽다.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이 20여 년 전 외환위기를 떠올리며 부쩍 긴장하고 있다. 때마침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주관하는 2014 세계 비즈니스 서밋(World Business Summit)이 이웃 방콕에서 지난주에 개최되었다. 한 수 배울 자세로 다녀왔다. 1박 3일간의 짧은 여정이었지만 유익한 모임이었다. 인도네시아, 태국, 미얀마, 베트남, 캄보디아 등 아세안(ASEAN) 11개국들이 2015년 말까지 경제공동체를 구성할 것을 목표로 다양한 협상을 진행 중이다. 지역 공동체의 추진전망, 지역경제와 무역 및 투자에 미칠 파장에 대한 것이 이번 주제였다.
아시아경제공동체(Asian Economic Community: AEC)와 주변 3대국(한국, 중국, 일본)의 제조와 IT기업, 금융기업, 무역상사와 전문 서비스기업, 각 정부 관계자 1천300여 명이 참석했는데 몇 가지 느낀 점이 있었다.
첫째, 태국이 민주화 과정에서 정치적 불안을 겪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견조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고, 경제주체들의 자신감을 엿볼 수 있었다. 태국은 민간 부문이 80%를 차지하고 있으므로, 정치 불안으로 공공 부문이 역할을 못하더라도 경제성장의 대세에 지장이 없다고 하는 태국 부총리의 입가에는 자신감이 묻어났다. 사실 태국은 고무와 설탕, 팜오일 등 주요 농업 소비재 시장에서뿐 아니라 디스크와 자동차 제조에서도 세계 선두권에 진입해 있다. 연간 320만 대의 자동차 제조설비를 갖추어 아시아 지역 자동차 허브로서 입지를 굳히고 있다. 또한 농업소비재와 산업생산품에 대한 무역의 허브가 되고자 외국 무역상사들을 적극 유치하고 있다.
둘째, 일본은 1960년대부터 일본 상사들을 필두로 아세안 지역의 자원과 인프라를 중심으로 대대적인 투자를 해왔다. 아세안 국가로의 외국인 직접투자는 일본이 단연 1위이고, 중국이 2대 파트너이다. 우리나라도 삼성전자의 베트남 공장, 포스코의 인도네시아 일관제철소와 아세안 국가들 냉연공장 등 투자가 이루어졌다. 중국의 인건비 급상승으로 태국, 인도네시아, 베트남, 미얀마 등 임금수준이 낮은 국가에 더 많은 공장을 건설하는 추세다. 아세안 지역에 대한 우리나라의 관심과 전략이 미흡하여 자칫 지리적으로 가까운 기회의 땅을 놓치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셋째로, 지역 경제공동체 논의가 상당한 진전을 이루었고, 주변 3개 경제 대국과는 물론 회원국 상호 간의 무역과 투자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역내 관세자유화에는 가시적 성과를 얻었고, 역내 비관세장벽(non-tariff barriers: NTB)의 완화 내용과 속도 관련 협의가 한창 진행 중이다. 서로 언어, 문화는 물론 경제력 격차가 커서 단일 경제공동체로 이행이 순탄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역내 경제협력 강화가 살 길이라는데 정부와 민간기업 간에 확고한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었다.
요약건대, 아세안 국가는 저임금을 활용한 공장 건설, 젊은 인구 구성에 따른 시장잠재력의 매력이 있다. 저임금이나 잠재시장을 넘어서서, 태국의 아시아 자동차 및 소비재 무역 허브 등 미래 세계경제선도 잠재력이 있는 기회의 땅으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 단순 저임금 활용을 넘어서서 우리나라의 인프라 건설과 고도 압축 성장 과정의 경험과 노하우, 제조와 IT전문 인력 양성과 지원의 경험을 나누는 등 상생의 지속가능한 파트너십 전략이 필요할 것이다. 인도네시아와 미얀마 등 이 지역에 몰리고 있는 다국적기업들, 우리보다 앞서 진출한 일본이나 중국 기업과 차별화하는 방안으로서 우리의 전문인력 양성의 경험을 나누는 전략이 어떨까. 내년 말 아시아지역공동체의 등장이 가지는 정치경제적 역학관계의 변화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우리의 이웃인 기회의 땅 아세안에 상생과 지속 가능한 협력형 무역과 투자모델을 모색할 때이다.
최명주/포스코기술투자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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