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의 어느 이름난 관광도로에는 간판에다가 유별나게 화장실 표시를 크게 해놓은 휴게소가 있다. 조그만 간이 휴게소인데도 굳이 개방 화장실을 강조하려고 애를 쓰는 것이다. 그만그만한 휴게소들이 줄을 잇다시피 서 있는데, 단연 눈에 띄는 모습이다. 일단 눈길을 끄는 데는 성공했다. 실제로 그 휴게소 화장실에 들어가 보면 깨끗하고 쾌적한 분위기가 흐르는 것이, 큰 빌딩의 화장실 못지않게 관리가 잘되고 있다.
그런데 유심히 살펴보면 그 휴게소에 많은 차들이 들어간다. 물론 화장실만 이용하고 그냥 가는 차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화장실을 나와 편의점이나 식당을 찾는다. 화장실을 찾았다가 미안해서라도 부대시설을 이용하는 손님인 것이다. 어떻게 보면 단순한 '발상의 전환' 같지만, 휴게소 주인의 세심한 배려가 깔려 있었다. 가슴을 열고 두 팔을 활짝 벌려 손님을 맞는 듯한 그 진정성 말이다.
10여 년 전, 대구 성서의 대형마트 물류센터 부근에는 허름한 밥집이 있었다. 그 집 아주머니는 손님이 밥을 먹을 동안 입버릇처럼 계속 하는 말이 "아지아, 먹고 더 먹어래이!"였다. 돼지고기 두루치기라도 나오는 날이면 양푼이째 들고 다니면서 손님들에게 퍼주곤 했다. 대부분 아르바이트생이었던 젊은이들은 엄마 같고, 고모 같고, 이모같이 인심 좋았던 아주머니에게 감동을 했다. 손님이 넘쳐 밖에까지 줄을 서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직업상 여러 곳을 돌아다니며 많은 식당을 이용하는 편이다. 진정 마음을 열고 정성스럽게 차린 음식을 제공하려는 집을 만나기가 쉽지 않다. 돈벌이에만 정신이 팔려 형식적으로 내놓는 경우가 많다. 과연 가족에게 차려주는 밥상도 그럴까? 외부에 있는 화장실은 어김없이 잠겨 있다. 그렇게 마음을 닫고 장사를 하는데 손님이 찾아올 리가 있겠는가. 그런 식당에 들어가면 손님으로서도 여간 부담스럽지가 않다. 무슨 봉이라도 된 기분이 든다.
'돈을 벌려고 식당을 하면 망한다'란 말이 있다. 먹는 장사는 맛과 더불어 인심을 팔아야 한다. 내가 만든 음식을 손님이 맛있게 먹어주면 그걸로 만족하고 보람을 찾을 때, 손님은 찾아오게 되어 있다. 돈은 같이 따라서 오는 것이다. 손님을 돈으로 보고 이문을 따지기 시작하면 재료를 아낄 수밖에 없고, 재료를 아끼기 시작하면 맛이 떨어지는 건 당연한 일이 아니던가. 마음을 닫고 장사를 하는지 열고 하는지는 손님들이 더 잘 안다.
장삼철/(주)삼건물류 대표 jsc103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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