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독도의 진퇴유곡

곤란에 빠져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것을 두고 진퇴유곡(進退維谷)이라 한다. 진퇴양난(進退兩難)이나 영어의 딜레마(Dilemma)와 같은 뜻이다. 이 말의 출전은 시경(詩經)이다. 대아 탕지습 상유(大雅 蕩之什 桑柔)편에 '붕우들이 이미 참소하여 모두 사이가 좋지 않네/사람들은 나아갈 수도 물러설 수도 없다 하네(朋友已譖 不胥以谷 人亦有言 進退維谷)'라고 했다.

요즘 독도 문제를 대하는 정부가 딱 이 꼴이다.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은 12일 국회에서 최근 논란인 독도 입도지원센터 건립 철회에 대해 몇 가지 문제를 검토해 재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1일 국무총리 주재 관계 장관회의에서 결정한 '백지화'를 뒤집은 것이다. 이와 함께 독도 문제를 거론할 때마다 정부 당국자가 앵무새처럼 반복한 '독도는 우리 고유 영토, 독도와 관련한 모든 것은 우리의 주권 행사'라는 원론적인 말도 빼놓지 않았다. 또, 이 장관은 종합해양과학기지 건립을 독도에서 백령도로 옮기기로 한 것에 대해서도 문화재위원회의 재고 요청에 따라 건립 위치를 재선정하는 과정이라고 밝혔다.

이를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은 차갑다. 정부의 변명이 얼마나 어이없고 치졸한 것인지 잘 알아서다. 정부는 독도 입도지원센터 건립 백지화를 발표하면서 환경부와 문화재청의 재고 요청을 핑계로 삼았다. 힘있는 외교부의 강력한 반대가 있었음을 다 알고 있는데 엉뚱하게 힘없는 부처의 반대를 방패막이로 끌어온 것이다.

그동안의 경험으로 보면, 의지만 있으면 정부가 못할 일이 별로 없다. 법이 가로막으면 더없이 넓은 융통성을 발휘하고, 심지어 법을 고치거나 아예 무시하면서까지 추진하기도 했다. 그런데 오랜 심의 끝에 결정해 입찰 공고까지 낸 것을 하루아침에 검토 부족을 핑계로 무산시킨 것은 하기 싫거나, 못하는 것 가운데 하나다. 나가려니 일본이 무섭고, 돌아서자니 국민이 무서운 진퇴유곡에 빠진 셈인데, 정부의 갈지자 행보를 보면, 아직은 국민보다 일본을 더 무서워하는 것처럼 보이니 국민의 분노를 사는 것이다.

시경의 탕지습에 실린 여러 시는 대개 은나라가 멸망한 이유를 풍자한 것이다. 위정자가 반드시 명심해야 할 내용이지만, 제 나라 제 땅에서, 국민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는 일도 못하는 정부가 귀에 거슬리는 옛 글에 관심이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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