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쪽에 앉아있는 할머니 보이시죠? 지난해 남편이 돌아가신 뒤 상심이 컸던 모양이에요. 늘 웃고 다니고 농담도 잘해서 노인들 사이에 인기가 높았는데, 점점 말수도 적어지고 혼자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고 있어요. 그래도 한 번도 안 빠지고 나오시니 그나마 다행이죠."
재일교포 단체인 한국민단 오사카부 야오시지부 사무부장을 맡고 있는 허옥희 씨는 민단 살림살이뿐 아니라 치매 노인을 위해 운영하는 '주간보호시설'도 맡고 있다. 민단 사무실 한쪽에 자리잡은 보호시설에는 교포 노인 수십 명이 찾고 있다. 이곳을 찾는 노인들 대부분은 가벼운 치매 증상을 앓고 있거나, 치매는 아니더라도 갖가지 노인성 질환을 앓고 있다.
"치매 증상이 심한 분들은 여기에 모시기 힘듭니다. 형편에 따라 재택서비스를 받거나 아예 그룹홈에 들어가시죠. 그런데 교포 노인들은 그룹홈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아무래도 일본 사람들과 함께 살아야 하니 부담스럽죠. 힘들어도 이곳에 나오시려고 해요."
민단은 조만간 사무실 옆 주차장 터를 활용해 '그룹홈'을 만들려고 한다. 교포 노인들이 점차 고령화하면서 치매 증상도 심해지기 때문이다. 이들이 보다 편리하게 지낼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서 민단 측은 몇해 전부터 준비를 시작했다. 이런 시설의 경우 일정 부분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 민단 야오시지부 임용학 단장은 "일본에 아무리 오래 살아도 한국인은 한국인"이라며 "노년을 보다 마음 편하게 보낼 수 있는 시설 마련이 시급하다"고 했다.
김수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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