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시험을 치른 대구 대건고 자연계열 A군은 가채점 결과가 괜찮은데도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A군의 가채점 점수는 평소 모의평가 때보다 10점 정도 상승한 371점. 하지만 수능시험이 대체로 쉬워 등급 컷도 상승, 자칫 수시 원서를 낸 대학의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넘어서지 못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수시모집 원서는 서강대 자연과학부(논술전형)에 냈어요. 최저학력기준상 수학 B형과 과학탐구 중 1개가 2등급 이내여야 합니다. 하지만 가채점을 해보니 저는 두 영역 모두 2등급에 턱걸이를 한 상황이에요. 실수한 게 있으면 끝이죠. 수학 1문제 틀리면 2등급, 2문제 틀리면 3등급이라니 너무한 것 아닌가요?"
수능시험이 쉬워진 탓에 대입 전략을 짜는 데 혼란이 예고되고 있다. 수시모집에서 실수 하나로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넘어서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데다 정시모집 때는 최상위권과 상위권의 구분이 모호해져 합격선을 예측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자연계열 재수생 B군은 일찌감치 수시모집에 대한 미련을 버렸다. 경북대 의예과에 수시모집 원서를 냈으나, 이곳이 수능 최저학력기준으로 수학 B형 1등급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 B군은 이 영역에서 한 문제를 틀려 96점을 받았다. B군은 "평소 수학에 자신이 있어 별문제가 없을 줄 알았는데, 이처럼 문제가 쉽게 나와 1등급 컷이 100점이 될 줄은 몰랐다"며 "총점도 380점 중반으로 정시모집 때 지원해도 합격선 언저리여서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하다"고 했다.
수능시험 난이도 조절에 실패했다는 지적이 적지 않은 가운데 교육 당국을 바라보는 학부모들의 시선도 차갑다. 자연계열 수험생을 자녀로 뒀다는 한 학부모는 "영어, 특히 수학이 그리 쉬워지면 수험생들의 실력을 어떻게 판가름하느냐"며 "과학탐구 영역의 영향력이 커진다는데, 주요 과목을 놔두고 선택과목으로 당락을 가른다는 게 말이 되는지 의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입시 전문가들은 어느 때보다 정시모집 지원 전략을 세우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장중 경원고 교사는 "정시모집 합격 예측이 어느 때보다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수능 최저학력기준 통과 여부가 애매하다 해도 적극적으로 남은 수시모집 대학별고사에 응시하는 게 좋겠다"고 했다.
이영덕 대성학력개발연구소장은 "하향 안정 지원 경향이 심화할 가능성도 크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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