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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서각의 시와 함께] 역(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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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驛)

김승기(1960~ )

잎사귀 하나

가지를 놓는다

한 세월 그냥 버티다 보면

덩달아 뿌리 내려

나무가 될 줄 알았다

기적이 운다

꿈속까지 따라와 서성댄다

세상은 다시 모두 역(驛)일 뿐이다

희미한 불빛 아래

비켜가는 차창을 바라보다가

가파른 속도에 지친 눈길

겨우 기댄다

잎사귀 하나

기어이 또

가지를 놓는다

-시집 『역驛』, 현대시세계, 2011.

문학을 이야기 하는 자리에 형상화란 말이 자주 쓰인다. 모든 예술 작품은 작가의 내면세계를 나름대로의 도구로 형상화한다. 그림은 색과 선으로, 음악은 소리로, 무용은 몸짓으로 내면을 형상화한다. 추상적인 것을 구체적인 것으로 드러내는 일이 형상화다.

모든 생명체의 삶은 유한하다. 사람도 그러하다. 시인은 이것을 나무에 잎이 피었다 지는 구체적 현상으로 형상화하고 있다. 인간의 삶이 유한하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사람들은 그 사실을 쉽게 믿지 못한다. 알고 있지만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이리라. 아는 것과 인식하는 것은 같지 않다. 시인은 이러한 삶에 대한 인식을 낙엽이 지는 일과 역이라는 구체적 사물을 통해 미적으로 형상화하고 있다. 소리꾼 장사익이 이 시를 노래로 만들었다. 깊어가는 가을과 함께 들으면 더욱 사무치리라.

권서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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