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은 뼈가 부러지기 쉬운 계절이다. 추위로 인해 몸이 움츠러드는데다 야외 활동이 부족해 근육이나 관절의 유연성이 떨어지면서 쉽게 넘어지기 때문이다. 일조량이 부족한 탓에 뼈 건강과 직결되는 비타민D의 생성이 줄어 골다공증이 악화되기도 한다. 젊은이들은 겨울 레저스포츠인 스키나 스노보드, 스케이트를 즐기다가 손목이나 팔꿈치, 무릎의 인대를 다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손목 부상 빈번한 겨울 레저스포츠
겨울철 젊은이들이 가장 흔하게 당하는 스포츠 손상은 스키와 스노보드다. 스키의 경우 넘어지면서 무릎 염좌나 인대 손상이 가장 많이 발생한다. 초심자는 무릎 관절 안쪽인 내측부 인대 손상이 많은 편이다. 중급자 이상의 경우 전방 십자인대가 파열되는 경우가 가장 많다. 후방 십자인대나 관절에 가해지는 충격을 흡수, 완화하는 오목한 연골인 반월상 연골이 손상되는 경우도 있다. 스키 폴대를 잡고 넘어지다가 엄지손가락 관절의 내측부 인대가 손상을 입기도 한다. 이 경우 X-선이나 MRI 등으로 정밀 검사를 해 정확하게 진단을 받아야 한다. 부상이 오랫동안 방치되면 만성 통증에 시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석고고정이나 보조기로 치료하거나 관절경 등을 이용해 수술을 받는 방법도 있다.
스노보드를 타다 넘어지면 발목 관절에서 부상을 많이 입는다. 발목을 삐거나 인대가 손상을 입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심하면 발목이 부러지기도 한다. 발목 관절이 부러지면 수술을 받아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 또 넘어지면서 어깨부터 내려오는 팔 전체가 다치거나 어깨 관절이 빠지는 경우도 있다. 스노보드를 탄 뒤 어깨가 아프면 X-선 촬영으로 어깨가 빠졌는지 확인하고 제자리를 돌려놔야 한다.
다리 다쳤을 경우 얼음찜질을 하고 석고붕대로 고정해 통증과 부기를 치료한 뒤 손상 정도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겨울 스포츠로 인한 부상을 막으려면 예방이 가장 중요하다. 적절한 준비운동과 장비의 안전점검, 안전하게 넘어지는 방법 등을 반드시 배워야 한다. 또 실력에 맞는 슬로프를 선택하고 머리를 다치지 않도록 안전모를 쓰는 것도 효과적인 예방법이다.
◆생명까지 위협하는 낙상
지난겨울 대구에 폭설이 쏟아졌을 당시 각 병원 응급실은 난리가 났다. 평소보다 10배나 많은 낙상환자가 들이닥쳤기 때문이었다. 심지어 골절상을 수술할 때 관절을 고정하는 내고정물이 대구 전 지역에 동나기도 했다. 수술이 필요한 환자들도 깁스나 핀으로 고정하는 임시방편까지 동원해야 했다.
겨울철 빙판길은 지뢰밭이나 다름없다. 특히 뼈가 약한 골다공증 환자들은 넘어져 엉덩이뼈가 부러지는 경우가 가장 치명적이다. 특히 70대 중반 이후의 노인의 경우 골절 후 1년 내 사망률이 20%에 이른다. 걷지 못하고 누워 있기 때문에 욕창이나 폐렴 등 합병증이 오기도 한다. 특히 이 연령대는 고혈압이나 당뇨 등 만성질환을 앓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수술 자체가 쉽지 않다. 수술을 받더라도 절반 정도는 예전처럼 걷지 못하고 일상생활 자체가 힘들어 경제적, 가정적으로 큰 곤란을 겪기도 한다.
미끄러운 길에서 넘어지다가 손을 짚으면서 손목을 다치는 경우도 많다. 손목을 다치면 일단 부목 등으로 고정한 뒤 손을 심장보다 높이 올리는 것이 중요하다. 대부분 골절 부위를 맞추고 6~8주가량 석고 고정 등을 하면 상태가 호전된다. 그러나 관절 손상이나 심한 복합 골절은 수술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환자 가운데 20% 정도는 관절운동 장애나 근력 약화, 변형 등 후유증을 겪기도 한다.
넘어진 뒤 통증이 없더라도 실제로는 뼈가 골절된 경우도 있다. 뼈가 약한 골다공증 환자의 경우 척추골절이나 압박골절을 겪고도 그대로 방치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며칠 지나면 별다른 통증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뼈가 부러진 사실을 모르고 지내기 때문이다. 이 경우 척추압박골절이 오랫동안 방치되면 '꼬부랑 할머니'처럼 점차 허리가 굽게 된다. 이 경우 침대에 누워 보조기 등을 착용하면 도움이 되지만 2주 이상의 통증이 계속되고 걷기 어렵거나 변형이 오면 풍선 성형술 등의 간단한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가벼운 운동과 혈액순환 촉진해야
낙상이나 실족에 의한 손상은 예방이 중요하다. 혈액순환을 원활히 하면 통증을 덜어내는 데 도움이 된다. 차가운 기운에 관절이 노출되면 혈류량이 감소하고 관절 부위의 근육과 인대가 수축돼 관절이 굳는 현상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기온이 떨어지는 새벽에 통증이 심해지는 이유다. 따라서 관절 부위를 따뜻하게 하고 반신욕이나 온찜질 등을 통해 혈액 순환을 촉진시켜주는 것이 좋다.
가벼운 운동도 도움이 된다. 아프다고 움직이지 않으면 관절이 굳기 때문에 하루에도 몇 차례씩 최대 운동 범위로 관절을 움직여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충분히 준비 운동을 한 뒤에 가벼운 산책을 하거나 스트레칭 등도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추운 아침에는 조깅을 하지 않는 것이 낫다. 골다공증이 있거나 고령인 경우 외출 시 눈길이나 빙판길, 계단은 피하고 가급적 미끄럽지 않고 폭이 넓은 신발과 지팡이 등을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외출할 때는 장갑을 착용하여 주머니에 손을 넣지 않고 걸어야 한다.
도움말 대구가톨릭대병원 정형외과 고상봉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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