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동구 혁신도시가 대구의 새로운 경제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대구에 이전하는 12개 공공기관(중앙119구조본부는 달성군 국가산업단지) 중 11개가 들어서는 혁신도시는 공공기관 임직원 3천여 명을 비롯해 연 30만 명이 왕래할 것으로 기대된다.
혁신도시는 개발 속도가 더딘 대구 동구 반야월 일대에 명실상부한 부도심으로 탄생한다. 특히 혁신도시는 대구첨단의료복합단지와 인접해 있어 대구 미래 지식경제의 견인차로 주목받고 있다.
◆'신도심' 위용 갖추는 혁신도시
이달 21일 찾아간 대구 혁신도시. 승용차를 타고 둘러본 혁신도시는 곳곳에서 대형 크레인들이 경쟁이라도 하듯 새 건물을 올리고 있었다. 경부고속도로 옆으로 길게 이어진 혁신도시의 주 도로에 접어들자 대단지 빌라촌에 이어 한국사학재단, 한국감정원, 한국가스공사 등 개성 있는 건축물들이 위용을 뽐내고 있었다.
공공기관이 밀집한 블록의 상가에는 때마침 점심식사를 하러 나온 직원들로 활기가 넘쳤다. 3, 4층 상가마다 식당, 편의점, 찻집 등이 성업 중이었다.
한국감정원 네거리에 최근 새로 문을 연 커피 전문점은 점심때는 빈자리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테이블마다 만원을 이루고 있었다. 한 공공기관 직원은 "청사 내 구내식당에서 주로 식사를 하지만, 외부 방문객과 미팅이 있으면 밖에서 식사를 한다. 커피점에서도 2만원 이상 주문하면 배달도 해준다"고 했다.
한 상가의 식당 주인은 "한우 갈비 가격이 서울의 절반밖에 안 된다며 놀라는 이들이 많다"고 했다.
혁신도시를 돌아보면 대구가 만성적인 경기침체에 시달리고 있다는 생각을 잊게 된다.
상가 빌딩 곳곳마다 '임대중'이라는 현수막이 길게 나부꼈다. 공터도 예외 없이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한 부동산 분양업체 관계자는 "1층 상가의 경우 평형에 따라 많게는 6억원에서 4억원대에 매매가 이뤄졌다. 시내 중심가와 비교해도 낮지 않은 금액이다. 신축 건물 상가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분양이 시작됐는데 매물이 거의 남아있지 않다"며 들뜬 분위기를 전했다. 목 좋은 상가는 웃돈까지 붙어 거래됐다는 것.
혁신도시 내에 숙소를 둔 한 공공기관 직원은 "지금도 밤이 되면 인적이 드물어 황량하다. 회식도 주로 혁신도시 밖으로 나가서 하는 편이고, 주변에 즐길거리도 태부족하다. 내년 봄쯤에 상가들이 본격적으로 문을 열면 활기가 넘칠 것 같다"고 했다.
대구 혁신도시에는 이전 예정인 11개 공공기관 중 지난해 9월 한국감정원을 시작으로 중앙신체검사소, 한국교육학술정보원, 한국산업단지공단, 한국사학진흥재단, 한국가스공사,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이 최근까지 이전을 마쳤다. 12월 한국신용보증기금이 문을 열 예정이고, 중앙교육연수원, 한국정보화진흥원, 한국장학재단이 내년 상반기 중 입주할 예정이다.
◆대구 혁신도시, 연간 30여만 명 외지인 다녀갈 듯
혁신도시는 2005년 참여정부 핵심정책 중 하나인 '지역균형발전' 실현을 목적으로 추진됐다. 전국 10개 혁신도시로 이전하는 공공기관은 157개다. 대구 혁신도시는 그중에서도 조성 속도나 정주 인프라가 상대적으로 훌륭하다는 반응이 많다.
대구혁신도시는 팔공산 자락의 빼어난 자연환경과 사통팔달의 편리한 지리적 여건을 갖추고 있다. KTX가 다니는 동대구역, 동대구고속버스터미널, 대구공항과 20여 분 거리에 있고, 도시철도1호선 율하역, 안심역이 혁신도시 앞을 지난다. 경부고속도로, 신대구부산고속도로의 접근성도 양호하다.
혁신도시는 대구지역 경제성장 거점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된다. 12개 공공기관, 3천254명의 임직원이 이전함으로써 인건비, 사업비, 지방세, 건설비 등 2조5천억원의 생산유발 효과가 예상된다. 대구시에 따르면 이전기관의 총 예산은 61조8천억원, 이전기관이 내는 지방세는 197억원에 이른다. 향후 공공기관 임직원들 가족의 이전이 완료되면 수만 명이 거주하는 도시가 형성된다. 12개 공공기관에는 연간 30여만 명의 타 지역 방문객이 업무차 다녀갈 것으로 전망된다. 각 기관마다 직원 채용을 하게 되면 대구경북 청년 고용에 활력이 일게 된다. 향후 수만 명의 공공기관 가족들이 본격적인 이주를 하게 되면 막대한 소비가 이뤄지게 된다. 대구 혁신도시의 파급 효과는 이처럼 매우 직접적이다.
특히 대구혁신도시는 타 지역 혁신도시와는 차별화되는 입지적 여건을 갖추고 있다. 혁신도시에 인접한 첨단의료복합단지와 연구개발특구가 그것이다. 향후 30년간 4조6천억원이 투입되는 첨단의료복합단지는 혁신도시 공공기관과 결합해 대구 경제를 재도약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생산유발효과 78조원, 고용유발효과 14만여 명으로 추산되는 대구경북경제자유구역과의 유기적 결합도 예상된다. 의료 R&D 연구개발특구에도 관련 기업들이 속속 분양계약을 체결하고 있어 신성장 동력산업이 제대로 뿌리내릴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혁신도시, 대구 산업계와 상생해야
대구시는 당초 정부 구상인 2012년보다 혁신도시 조성시기가 늦어짐에 따라 이전 공공기관이 조기에 이전'정착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지원을 펼치고 있다.
대구 혁신도시가 지역 경제의 견인차가 되려면 기존 대구 산업 인프라 간에 연계를 강화하는 작업이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다. 대구 이전 공공기관은 ▷산업지원군(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신용보증기금, 한국산업단지공단) ▷교육학술군(한국장학재단, 한국사학진흥재단, 한국교육학술정보원, 중앙교육연수원) ▷공공지원군(한국정보화진흥원, 한국감정원, 한국가스공사, 중앙신체검사소, 중앙119구조본부)으로 분류된다.
나중규 대구경북연구원 박사는 "각 공공기관과 대구의 비즈니스'교육학술 서비스 산업, 첨단의료산업 클러스터를 연계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병고 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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